KB금융그룹 노조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표대결를 놓고 외국인 주주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3월23일 정기주주총회를 여는데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노사의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오른쪽)과 류제강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이 2월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하는 주주제안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B금융지주 계열사 7곳의 노동조합들로 구성된 노조협의회는 우리사주조합원들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0.18%를 위임받고 상법상 주주제안을 통해 2월7일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KB금융지주는 2월23일 3월에 임기를 마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물러나기로 한 3명의 자리에 새 후보를 모두 추천했고 나머지 사외이사 3명의 중임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안건을 상정했다.
노조협의회가 권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안건이 KB금융지주 측에서 사외이사 후보들을 추천한 안건과 별도로 상정되는 만큼 권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려면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사외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전체 의결권주식 가운데 4분의1 이상, 주주총회에 참석한 전체 주주 가운데 2분의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9.79%)인 국민연금은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7년 11월에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조협의회가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을 때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지분을 70% 가까이 소유한 외국인 주주들이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만큼 노조협의회도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데 힘쓰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은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체로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 왔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가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을 때 의결권주식 13.73%의 찬성만 얻어 선임에 실패한 이유도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당시 주주총회를 마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을 놓고 “사외이사를 추가하려면 그 행위가 기업가치와 주주들의 가치를 어떻게 증대할 수 있는지를 놓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에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조협의회는 외국인 주주들이 하 변호사의 녹색당 대표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고 파악해 이번에는 정치경험이 없는 권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권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이 노동이사제 도입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 주주들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넣는 제도를 말한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주주제안을 통해 권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일은 상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른 소수주주권 행사”라며 “노동이사제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알려왔다”고 말했다.
노조협의회는 글로벌 의결자문사 ISS에도 권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취지를 알릴 계획을 세웠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 일정을 잡진 않았지만 ISS와 다른 국내 의결자문사에 이메일 등을 통해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건에 관련된 자료를 보내고 취지와 당위성 등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ISS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등 주주총회 안건을 놓고 의결권 행사를 자문한다.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들이 싱가포르와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ISS의 권고안은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주들이 2017년 11월 주주총회에서 노조협의회의 추천을 받은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체로 반대했던 것도 ISS가 사전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