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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태양광사업에 대한 의지는 대단하다.
김 회장은 10일 이라크에 출장갔다 돌아오면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에 대해 “태양광사업은 계속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 태양광사업은 한화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사업이다.
김동관 실장은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 초기부터 이 사업을 도맡았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곧 김동관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태양광사업이 성공을 거둔다면 김 실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태양광사업이 뜻밖에도 한화그룹에게 부담을 안겨준다면 김 실장은 두고두고 자질시비를 안을 수 있다.
김 회장이 태양광사업 정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함수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5년 동안 3조 투자한 태양광사업
한화그룹은 내년 핵심사업으로 태양광사업을 비롯해 석유화학사업, 첨단소재사업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태양광사업에 5년 넘게 3조 원 이상 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2010년 중국의 솔라펀 파워홀딩스, 2012년 독일의 큐셀 등 글로벌 태양광기업들을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김 회장은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호주 태양광업체인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했다. 또 국내에 공장을 신설하고 말레이시아공장은 태양광 셀과 모듈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태양광사업 수익을 얻기 위해서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외부환경에 놓여 있다.
내년 태양광시장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유가가 5년5개월 만에 폭락한 탓에 대체에너지인 태양광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태양광 제품은 유럽과 일본에서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시장에서도 저가제품이 쏟아지는 탓에 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투자가 잇따라 결정되는 등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화솔라원-한화큐셀 합병 결단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은 김 회장의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관련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다. 이 때문에 2012년 한화케미칼이 인수한 지 1년 만에 누적 영업적자 4420만 달러였던 사업을 지난해 4분기 흑자로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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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큐셀 영국 스토브리지 태양광발전소 |
반면 한화솔라원은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 탓에 원가경쟁력이 낮아져 적자상태에 머물고 있다. 2010년 한화케미칼이 인수했을 때만 해도 194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1년 2분기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부채비율도 474%에 이른다.
한화큐셀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매출 3142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한화솔라원은 매출 1812억 원, 영업손실 65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한화솔라원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절감이 어려워 3분기 폴리실리콘사업에서만 160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부문은 지난해 10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총 25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3분기 들어 유가하락 여파가 거세 다시 2억 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합병하면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한화솔라원 덕분에 한화큐셀을 우회상장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적자를 최소화한 한화큐셀 사례를 공유해 한화솔라원의 부진한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가와 마케팅 경쟁력 부문에서 개선이 기대된다”며 “추가투자없이 지분양도를 통해 합병하기 때문에 재무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특정한 목표달성 년도를 두고 있지 않다”며 “흑자상태인 큐셀과 적자인 솔라원을 합치면서 재무구조가 좋아져 이익을 내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태양광 빛 보기 위한 김동관의 노력
김동관 실장은 2011년부터 태양광사업을 주도적으로 맡아왔다. 김 실장은 한화솔라원 이사,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지낸 뒤 다시 한화솔라원에 복귀해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9월 “태양광 발전은 2020년 정부 지원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태양광을 그룹의 현금창출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지내면서 파산 직전인 한화큐셀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그룹의 인수 전 독일 큐셀은 한때 세계 태양광 셀 생산능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업체와 가격경쟁에서 크게 밀렸다.
큐셀 임직원들은 2012년 한화그룹의 인수 당시 패배의식에 가득차 있었다.
김 실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과 상황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새로운 조직문화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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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태양광 제품 또한 단순 셀 제조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모듈의 생산 비중을 높였다. 한화솔라원 등에서 원자재를 구매해 문제가 됐던 원가경쟁력도 강화했다. 그 결과 인수당시 분기당 60MW 수준이던 셀 판매량이 올해는 200MW 가까이 늘었다.
김 실장은 한화큐셀 근무 당시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시장을 직접 돌며 영업상황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태양광사업이 급성장한 일본시장에도 60MW 이상의 모듈을 공급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실장은 세계 최고의 태양광기업이 되겠다는 강력한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전파했다"며 "임직원들의 태양광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화큐셀의 성공사례를 한화솔라원에 전파시키려고 한다. 그는 지난 9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한화큐셀에서처럼 한화솔라원에서도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실장은 "태양광 발전의 수익개선 모델은 신흥시장에 있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제품을 중국과 남아공 등에 판매를 확대해 신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이번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합병에도 김 실장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합병법인은 셀 생산규모가 3.28GW(기가와트)나 돼 세계 1위의 셀 생산회사가 된다. 몸집이 커진 만큼 기회도 넓어지겠지만 업황에 따라 위기도 깊어질 수 있다.
이는 김 실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