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연임 뒤 경제정책 등에서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재계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게 부담을 안길 현안이 구체화된 데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위한 6자 대표자 회의도 첫 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손경식 경총 회장과 함께 경영계를 대표해 6자 대표자 회의에 참여한다.
경총은 문재인 정부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2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만큼 손 회장은 당분간 내부 추스르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대한상의가 사실상 정부와 재계의 유일한 소통창구로 작동하고 있어 박 회장의 목소리는 문재인 정부에게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의 형인 박용성 전 회장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상의를 이끌면서 “정부는 운동장만 잘 만들어주면 되지 기업에게 축구를 하라, 야구를 하라 간섭해서는 안 된다” “전투는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등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자주 했다.
박용성 전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재계의 입장을 가감없이 대변하며 대한상의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다만 박용성 전 회장이 활발하고 직설적이었다면 박용만 회장은 소탈하고 실용적 경영스타일을 보여 온 만큼 강도높은 발언으로 정부와 긴장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개인적 신념도 문재인 정부와 큰 틀에서 방향성이 일치한다. 한때 화제가 됐던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과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이야기' 광고는 박 회장의 실제 발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궁극적으로 ‘사람’을 강조하며 청년일자리 정책을 국정과제 제일 앞에 두고 있어 박 회장의 평소 신념과 연결된다.
박 회장은 1월 영화 ‘1987’을 본 뒤 페이스북에 “1987년 나는 무지하고 비겁했다”며 “국가와 사회의 품격은 경제적 부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반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