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2-25 0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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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전자 가위' 연구개발 관련한 규제를 적극 풀고 지원책도 내놓기로 하면서 업계가 뜨겁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만 골라내 교정하는 기술인데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툴젠, 녹십자랩셀, 영인프런티어 등의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 정부, 유전자 가위 지원 강화하고 규제도 완화
25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유전자 가위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편성되며 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는데 유전자 가위 등을 활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연구를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젊은 바이오 연구자에게 최대 9년간 82억 원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는데 유전자 가위 연구 개발자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를 주재했는데 이후 유전자 가위 관련 각종 규제를 대폭 풀기로 하는 내용이 담긴 '신산업·신기술분야 규제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해말 유전자 가위 연구의 허용 범위를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전자 가위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국내 규제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유전자 가위는 인간의 질병 예방과 치료는 물론 농축산물분야 등으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유전자 가위시장은 연평균 34.2%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2년에는 2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는 각종 규제 때문에 그동안 유전자가위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장애물이 많았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는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이면서 동시에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배아세포나 생식세포 대상 유전자 치료를 금지하고 있을 뿐 대상 질환을 제한하는 법은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했다.
지난해 8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팀은 배아세포 속의 변이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제거해 유전병인 '비후성 심근증' 발병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팀과 함께 해외에서 진행한 연구였다.
◆ 유전자 가위, 세계 각국에서 '속도전'
글로벌 바이오업계는 지금 유전자 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2년말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이 공개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
유전자가위는 1980년대 중반 1세대 기술(징크핑거뉴클레이즈, ZFN)와 2011년 2세대(탈렌,TALEN) 기술이 나왔지만 기술적으로 개선할 과제가 많았고 비용도 비쌌다.
그러나 2012년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가 3세대 기술을 공개하면서 비용과 정교성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비용은 30달러에 불과하고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4조4천만 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홍표 아주대 약학교수는 저서 '크리스퍼 혁명'에서 "1·2세대 가위가 달구지나 자전거 바퀴라면 3세대 가위는 시속 100㎞로 달리는 승용차 바퀴에 비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전자 가위 관련 연구개발은 3세대 기술 공개 이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5년 양대 과학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2015년의 가장 뛰어난 성과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고 동시에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은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욱 개량해나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각종 암이나 혈우병, 노인성 실명이나 알츠하이머 등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유전자 가위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임상 시험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또한 유전자 가위 관련해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최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청력 상실을 막을 수 있음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가위 전문기업인 툴젠과 녹십자랩셀 등이 유전자 가위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다.
코넥스 상장사인 툴젠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유전자 변이 희귀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과 혈우병을 치료하는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범삼성가 사람들이 앓는 유전병으로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녹십자랩셀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랩셀과 캐나다 펠단 테라퓨틱스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NK세포치료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융합시킨 차세대 항암면역세포치료제다.
코스닥 상장사 영인프런티어도 계열사 영인과학이 지난해 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쓰이는 대용량 유전자 주입기를 출시하면서 유전자 가위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