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2-05 1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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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300지수가 정부의 취지대로 코스닥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낼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우량기업 305종목으로 이뤄진 KRX300이 5일 첫 선을 보였다.
▲ KRX300이 5일 첫 선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KRX300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 기관투자자의 코스닥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수혜주 골라내기’에만 쓰이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부채질할 뿐 중소형주까지 투자가 확산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증권사들은 KRX300이 발표되고 난 뒤 기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지 않았지만 이번 KRX300에는 포함된 코스피 중형주들과 이번 KRX300에 새롭게 편입된 코스닥 주식들을 찾아 수혜주로 추천하기에 바빴다. 시장의 관심에 그곳에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꼽혔던 티슈진과 펄어비스 등이 KRX300에서 제외됐을 때 아무 문제없는 종목에 갑자기 새로운 악재를 던져준 꼴이라는 우려가 컸다. 티슈진과 펄어비스는 KRX300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4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빠지고 있다.
김현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종목들의 직접 수혜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에는 속하지만 KRX300에 편입되지 못한 종목 등은 실망감에 자금이 빠지거나 투자가 줄어드는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시장은 결국 외부요인에 많이 좌우되는 것이지 새로운 지수가 생겼다고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KRX300이 출범한 이날 코스닥지수는 10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뉴욕증시 급락의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KRX300을 만든 첫날을 기대했으나 해외요인이 크게 나쁜 영향을 줬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1.25포인트(4.59%) 떨어진 858.22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의 급락과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코스닥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던 다른 통합지수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작으로 남은 점도 KRX300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는 코스닥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통합지수를 출범한 것은 KRX300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05년에는 ‘KRX 100지수’를, 2015년 ‘KTOP30지수’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연계 파생상품 등이 많이 출시되지 않아 지수가 자리잡지 못했다.
유병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발표된 코스닥 활성화대책에는 KRX300과 연계된 선물 및 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상장 일정 및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며 “과거 코스닥·코스피 통합지수인 ‘KTOP30’에서 경험한 것처럼 단순히 지수만 개발하는 것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를 주축으로 KRX300 관련 파생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가 나오지 않은 만큼 KRX300이 얼마나 시장에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KRX300지수는 5일 전거래일보다 23.39포인트(1.55%) 하락한 1489.41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