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2-02 15: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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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노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 KB국민은행 “단계마다 블라인드 면접 및 제로베이스방식”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결과를 놓고 "정상적 채용절차를 거쳤다"며 반박하고 있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15년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가 서류전형 840명 가운데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가운데 273등으로 각각 최하위권에 머물렀는데 2차 임원면접에서 최고등급을 준 뒤 120명 가운데 4등으로 최종합격시켰다.
그러나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전날 KB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인 경영관리회의에서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혜채용은 있을 수 없다”며 “문제의 지원자는 당시 5명을 뽑는 호남·제주지역 할당제로 지원해 공동 2등을 했다”고 해명했다.
지역할당제를 통한 채용인 만큼 전체 지원자의 성적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허 행장은 또 서류와 필기, 면접점수 등을 합산해 최고 점수순으로 뽑는 방식이 아니라 각 채용단계마다 제로베이스로 진행되는 만큼 각 단계의 등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국민은행 노조)는 이런 해명을 반박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회사의 해명은 인사실무자가 지원자 명단의 기고란에 ‘회장님 조카’로 써서 관리했지만 면접관은 블라인드 면접을 했고 2차면접만 유독 잘 봐서 최상위권으로 합격했다는 것”이라며 “납득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 KEB하나은행 “점수조작한 사실 없어, 내부규정에 따른 것”
KEB하나은행도 채용비리 사례도 없고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전형으로 통과시킨 뒤 임원면접 점수를 바꿔 최종합격시켰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의 임원면접 점수를 임의로 높여 최종합격시키거나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의 임원면접 점수를 높이고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낮춰 합격자를 바꾼 정황도 적발됐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사외이사 관련자’는 거래처 사외이사의 지인일 뿐 KEB하나은행 및 계열사와 상관없는 인물”이라며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의 점수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글로벌인재를 뽑기 위해 해외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심사를 진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채용단계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하위권이었던 지원자가 최종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이 들어가 있는 대학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 지원자들에게 추가점수를 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내부규정에 따른 것으로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노조들이 모인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측의 해명을 반박했다.
공동투쟁본부는 “금감원 조사결과에서 의혹을 제기된 사외이사는 현직 사외이사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글로벌 인재를 뽑기 위해 별도심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형공고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본부는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대학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내부규정상 채용과정에서 우대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부규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명지대학교 출신 지원자의 면접점수는 떨어지고 입점대학이 아닌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 지원자의 면접점수는 높아진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채용비리 정황뿐 아니라 증빙자료를 확보해 검찰에 넘긴 만큼 내부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