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에 제대로 된 경쟁구도를 만들라는 압박을 가한 뒤 진행되는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인 만큼 하나금융 회추위가 금융당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주사 최고경영자가 경쟁할 사람을 후보군에 올리지 않아 대안이 없게 만들고 연임을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최고경영자의 중대한 책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역시 최고경영자의 선임 과정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유효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금융당국의 요구를 감안하면 김정태 회장과 맞상대할 만한 후보를 세워 경쟁구도를 세워야 한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9일 2차 회추위에서 16명의 최종 후보군까지 추렸다. 회추위는 이들에게 개별통보를 통해 후보경쟁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들을 모아 15일 인터뷰를 진행한다.
하마평에 오르는 내부인사 가운데 아직까지 김정태 회장을 위협할 만한 인물은 없어 보인다. 사실상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상황 속에서 내부인사들이 회장 자리에 뜻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경우 특히 김정태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로 꼽히는 만큼 숏리스트에 오르더라도 회장 인선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임기도 1년이 넘게 남았다.
또 다른 내부인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차기 회장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병호 부회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으로 입사한 뒤 재무 실력을 인정받으며 빠른 승진가도를 달렸다.
2015년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김병호 부회장은 KEB하나은행의 통합은행장 자리를 두고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과 2파전을 벌였지만 뜻밖의 인사인 지금의 함 행장에 밀렸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결국 김정태 회장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후보는 외부인사에서 나올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내정자와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윤용로 내정자는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오른 정통관료출신이다.
김승유 전 회장의 강력 추천으로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올랐고 2년의 임기만 마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하나금융과 인연은 3년 정도인 만큼 윤용로 회장의 내부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내정자가 2월부터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을 맡기로 돼 있는 만큼 이번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윤용로 회장은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러브콜에도 코람코자산신탁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며 고사했다. 윤 내정자는 이규성 현 코람코자산신탁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은 한국투자금융으로 입사한 하나은행 출신 인사로 김승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그가 이번 경쟁에 참여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김승유 전 회장의 유력한 후임자로 꼽혔던 김종열 전 사장이 김승유 전 회장의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2012년 1월 돌연 사의를 표명했을 때 외환은행 인수를 앞당기기 위한 희생이었다는 말과 함께 권력구도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함께 나돌았었다.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김정태 회장의 영향력이 하나금융 안에서 매우 큰 상황인데 김종열 전 사장이 다시 이 곳에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마지막 외환은행의 마지막 25대 은행장이라는 상징적 인물인 만큼 외환은행 측 직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소탈한 성품으로 당시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맏형’같은 존재로 알려졌다.
2015년 9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서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하나금융 부회장이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2016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