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5G 투자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이통사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소비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내려 받을 때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사업자가 대신 비용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이통사와 콘텐츠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분담하게 되는 셈이다.
박 사장은 5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제로레이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망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로 제로레이팅 활용폭을 넓히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제로레이팅 서비스 확대에 경쟁사보다 더 적극적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콘텐츠, 포털, 플랫폼기업 등이 망 사용료를 더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제로레이팅이 확산되면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해 플랫폼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미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앤틱과 제휴해 포켓몬고 게임 이용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의 데이터 이용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확산되면 SK텔레콤은 현재의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콘텐츠기업과 협의해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망 사용대가를 올려 받아 부가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콘텐츠사업자와 제휴를 넓혀 경쟁사보다 많은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고객들에게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 주는 서비스를 늘려 줌으로써 가입 해지율도 낮출 수 있다.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늘리고 이를 다시 가입자 유치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제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면 SK텔레콤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로레이팅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5G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이용 폭증이 불가피해 이용자의 부담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로레이팅은 이를 줄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6월 5G 주파수를 이통3사에 분배하고 2019년 5G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로레이팅 활성화 의견을 전달했다. 또 이용자 편의가 침해됐을 때 제재를 가하는 사후규제만으로 제로레이팅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워 이통3사가 자유롭게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업용 대형포털, 플랫폼회사들의 무임승차가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와 동시에 5G 설비 투자를 독려해야 하는 정부는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