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자본규제의 기준인 '바젤Ⅲ'이 개편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 전체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은행이 손실 위험성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감독원은 4일 내놓은 ‘바젤Ⅲ 규제개혁 마무리에 따른 영향 및 향후 추진계획’에서 “국내 은행 17곳이 지금의 자산구성을 유지할 경우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약간 오르고 자금공급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젤Ⅲ은 2013~2019년 동안 쓰이는 국제은행 자본규제로 은행 등이 단계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자기자본비율의 기준에 관련된 내용을 담은 국제금융협정을 말한다.
국제결제은행 산하 바젤위원회는 2008년부터 바젤Ⅲ의 개편을 논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최종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개편된 바젤Ⅲ 규제는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바젤Ⅲ 개편안은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자산별 위험수준에 따라 표준 위험가중치(MW)를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산의 위험성이 낮을수록 표준 위험가중치도 하향된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앞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수준에 따라 표준 위험가중치를 20~70% 사이에서 다르게 적용한다. 지금은 표준 위험가중치 35%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의 중소기업대출 등도 표준 위험가중치를 지금보다 낮게 적용하게 됐다. 반면 주식과 펀드투자 등은 지금보다 높은 표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은행이 위험성 낮은 자산의 보유비중을 높이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함께 오르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위험가중치 산출 등에 쓰이던 내부모형 가운데 너무 복잡한 것은 폐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바젤Ⅲ 개편안이 시행되면 은행이 보유한 대출과 투자자산 등의 표준 위험가중치 차등폭이 확대된다”며 “은행은 적정한 수준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대출과 투자전략을 일부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형은행 일부는 선진국 은행들과 비교해 위험성 낮은 자산에 주로 투자한 만큼 바젤Ⅲ이 도입되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은행들은 투자자산의 구성내역과 리스크 관리수준 등에 따라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금감원은 바젤Ⅲ의 도입에 대비해 은행권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개협의안’ 절차를 운영하기로 했다. 공개협의안 절차는 규제의 개편취지와 내용, 영향분석 결과, 선진국의 사례, 향후 일정 등을 모두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의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은 은행에 바젤Ⅲ 규제 개편에 관련된 상담을 제공한다. 은행이 규제 개편을 준비하는 부담을 줄이고 자본관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줄이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 등 경영진들에게도 바젤Ⅲ 규제 개편안의 시행 전까지 자본과 사업구조 등을 다시 정비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을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