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공공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정책의 상징성을 지니게 됐다.
상징성에 걸맞게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적극적으로 노조를 만나고 노사전협의회를 꾸리는 등 의욕적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박대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이 5월2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공항공사는 상징성과 달리 14일 기획재정부와 일자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우수 일자리 공공기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전체 기간제 노동자의 91%인 1261명의 연내 정규직 전환을 확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창을 받았다.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우수사례로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토지주택공사 사례가 공유됐다.
정 사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기조에 무리하게 발맞추고 있다는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동안은 점진적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하더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까 곧바로 연내 1만 명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느냐”고 지적했고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내에 1만 명을 전환하겠다고 해 스스로 무리수를 띄운 것은 코드를 바꿔가면서 정권에 아부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장이 약속을 지키기 힘들어졌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큰 상징성을 지닌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범적 방안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으로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공항공사는 정 사장이 대통령 앞에서 직접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상징성을 지닌다”며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800여개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의 방향을 정하려고 인천공항공사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선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 수익구조, 명분 등 비정규직의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천공항공사가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다른 공공기관들은 더 악화된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최근 8년 연속 신입사원 연봉이 가장 높은 기관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2413억 원, 영업이익 1조3081억 원, 순이익 9650억 원을 올렸다.
명등룡 정의당 노동담당 정책위원은 “정규직 전환은 아직 법제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협의만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시 등 과거사례를 볼 때 기관장의 의지가 있다면 생각 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