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방식이 하나로 통일됐다. 시장에 먼저 들어온 일본 방식이 아니라 나중에 들어온 미국·유럽 방식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2일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으로 통일하도록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 고시했다.
이번 충전방식 통일로 자동차 제조사는 생산효율이 높아지고 충전기 제조사는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충전 인프라 보급 활성화에도 이바지 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은 국제표준에서 5가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조사별로 3가지 충전방식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보급된 방식은 2010년 도쿄전력이 개발해 닛산, 도요타, 미쯔비시 등이 적용하고 있는 차데모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차데모 방식을 표준으로 제정해 도입도 가장 빨랐다.
국내에서 기아자동차의 쏘울과 레이, 닛산 리프, 현대자동차의 구형 아이오닉이 차데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차데모 방식 전기차의 누적 판매대수는 9181대다.
2012년 르노가 개발한 A.C. 3상 방식은 2013년 8월 국내 표준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르노삼성의 SM3만 사용하고 있다. 보급대수도 3959대로 가장 적다.
콤보1은 2011년 GM 등 독일·미국 기업이 개발한 급속충전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한국GM과 BMW가 가장 먼저 콤보1 방식 전기차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한국GM 스파크·볼트, BMW i3,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등 7806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콤보1의 국내 표준 채택은 쉽지 않았다. 콤보1은 차량과 무선으로 충전 정보를 교환하는데 한국전력이 사용하는 원격검침 시스템인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와 주파수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가 2014년 신호 간섭 여부를 직접 검증했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콤보1이 국내 표준으로 추가될 수 있었다.
콤보1으로 통일화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급속과 완속충전이 호환 가능하고 급속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가 이미 콤보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유럽도 2019년부터 콤보방식을 단일규격으로 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 추세도 콤보방식을 따라간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17년 보급 전기차 중 67%가 콤보1 방식”이라며 “국내 급속충전 인프라의 접근성과 충전기 출력이 현재 50㎾h급에서 400㎾급으로 개발 중인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콤보1 방식은 국내 표준 채택이 가장 늦었으나 결과적으로 통일 규격으로 선정되며 앞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자동차가 콤보1 방식을 선택해 콤보1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콤보1 통일화 예정 고시가 나온 뒤 올해 2월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에도 콤보1 방식을 적용했다. 북미 수출 아이오닉에 이미 콤보1을 적용하고 있어서 바로 전환이 가능했다.
다만 국가기술표준원은 급속충전기 보급기관에 상당기간 여러방식의 충전기를 유지관리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아직 콤보1이 아닌 다른 방식 전기차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