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IT분야 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증하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개발에 주력한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서나가는 것은 업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메모리반도체의 근본적 한계를 넘고 안정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지만 성능은 크게 발전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가 IT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고용량 데이터 연산을 활용하는 기술분야에서 쓰이는 서버와 PC용 메모리반도체 성능이 대부분 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한 기술발전으로 반도체의 최대 용량 한계를 극복해왔지만 구동속도를 높이는 데 비교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이미 수십년 전 개발된 기술로 성능발전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이 발전하고 보급도 확대될 경우 메모리반도체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고 구동속도 역시 빨라져야 한다.
반도체 전문매체 세미엔지니어링은 “지난 20년 동안 D램 최대용량은 128배 늘어났지만 구동속도는 1.3배밖에 발전하지 못했다”며 “IT산업 발전에는 메모리의 기술향상이 필수적”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BM(고대역)방식 D램이 가장 빠르게 보급이 확산되며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힌다.
평면구조인 기존 D램과 달리 HBM D램은 입체구조를 갖추고 있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나며 구동속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인텔과 AMD 등 주요 반도체기업은 이미 차세대 제품에 HBM방식 D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전 세계에 출시되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반도체도 대부분 이 제품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HBM D램 기술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뒤를 잇고 있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급증에 따른 수혜는 온전히 한국기업들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D램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GDDR6 등 다른 설계방식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고객사 확보에 고전하며 시장확대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에서도 구동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Z-SSD’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업계 최고성능의 SSD보다 속도가 최대 6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향후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는 서버와 사물인터넷 기기, 특히 자율주행차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HBM2 D램'과 'Z-SSD'. |
자율주행차의 경우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차세대 메모리메모리 탑재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올해 실적을 크게 늘렸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성장에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성능의 발전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중국 반도체기업 등 후발주자들이 충분히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쉽고 시장에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기도 어렵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반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양분해 수요증가의 수혜를 대부분 차지할 수 있고 경쟁사의 진출도 이른 시일에는 어려워 안정적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반도체기업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고객사와 개발 단계부터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히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증하면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