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최초로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동안 인텔과 같은 시스템반도체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던 전 세계 IT시장의 주도권이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기업에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발달에 맞춰 빠르게 성장할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힌다.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성기
17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 홈페이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매출은 약 656억 달러로 인텔의 610억 달러를 뛰어넘고 전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이 24년째 지켜오던 반도체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텔의 반도체 매출은 570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443억 달러와 비교해 크게 앞섰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초부터 계속 이어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상승이 삼성전자의 매출급증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반도체 시설투자에 연간 수십조 원을 들이며 출하량을 이전보다 대폭 늘리고 있는 점도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완전한 독주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증설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의 추격을 미리 견제하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 반도체 업황에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시장 독주는 결국 과거 인텔이 누렸던 것과 같은 장기집권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시장 지배력이 이미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인 데다 IT산업 특성상 메모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T기기 구동과 연산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누적되면서 필요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용량의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성장으로 데이터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전망은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
반도체시장의 중심이 시스템반도체에서 메모리로 넘어가는 시기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떠오른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 갈수록 유리한 입지 놓여
인텔은 PC용 프로세서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효과로 그동안 PC 중심의 IT산업 성장기에 발맞춰 반도체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반도체의 적용분야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이어 서버와 사물인터넷 기기, 자동차까지 다변화되며 글로벌 IT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애플과 구글, 테슬라 등 신사업에서 성장기회를 찾는 기업들은 대부분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탑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기술경쟁력 확보와 차별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삼성전자와 같이 이미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홈페이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증설투자효과로 내년에는 50%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T산업 생태계 발전과 인공지능 등 신사업의 성장속도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좌우될 것으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인텔이 과거 PC시장을 지배해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과 PC 제조사들에 절대적 영향력과 가격협상력을 갖췄던 역사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성장에 힘입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여력도 경쟁기업보다 한참 앞서고 있다.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패권을 삼성전자가 거머쥐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의 본격적 시장 확대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경쟁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추격할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있어 성장을 완전히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경제대국이 일제히 국가차원에서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가파른 성장도 영원할 수는 없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경쟁업체에 기술을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