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샤프,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올레드패널사업 확대에 힘을 합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업체들의 시장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올레드 신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대규모 투자도 벌이고 있어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15일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 전자업체들이 디스플레이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올레드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타이정우 샤프 CEO는 최근 일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이 올레드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연합군 구축이 필수”라며 “일본정부에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샤프는 이전부터 꾸준히 재팬디스플레이와 J올레드 등 일본 패널업체에 올레드 기술협력을 제안하며 합작법인 설립과 자금지원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구애에 나서고 있다.
타이페이타임스는 “샤프가 기술확보를 위해 재팬디스플레이 지분 35%를 인수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한국의 올레드 경쟁력에 맞설 계획을 일본정부에도 계속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과거 글로벌 디스플레이업계를 지배하다 한국에 LCD패널 주도권을 빼앗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역사가 있는 만큼 올레드분야에서 반등을 노릴 이유가 크다고 본 것이다.
로이터도 “샤프가 일본에서 연합군 구축을 노리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지배하고 있는 올레드패널업계에서 일본의 반격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샤프는 지난해 대만 홍하이그룹에 인수되며 막대한 자금여력을 확보했는데 올레드패널 기술력이 뒤처져 시장진출에 고전하고 있다. 반면 재팬디스플레이는 기술수준이 비교적 높지만 갈수록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위기에 놓이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와 계열사인 J올레드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의 디스플레이사업을 통합해 세워진 기업으로 일본 정부펀드가 대주주로 자리잡아 직접 운영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샤프가 일본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할 경우 재팬디스플레이와 협력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재팬디스플레이가 이전부터 개발해온 올레드패널 기술은 디스플레이소재를 유리에 인쇄하는 프린팅 방식으로 한국업체들의 증착 방식보다 공정이 단순해 생산원가를 이론상 40% 절감할 수 있다.
중소형과 대형 올레드패널에 모두 적용할 수 있어 시장확대에도 더 유리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뒤늦게 프린팅 방식의 올레드패널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J올레드는 최근 소니의 의료기기에 프린팅 공정을 적용한 올레드패널 공급을 시작했다. 일본업체의 도움을 받아 실제 상용화에도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J올레드에 직접 운영자금 투자도 결정했다. 올레드TV 등 주력상품에서 LG디스플레이의 패널공급에 의존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팬타임스는 “J올레드는 다수의 일본업체에서 투자를 받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추격하는 데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 J올레드가 개발한 중소형 올레드패널. |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은 글로벌 TV시장 상위업체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와 J올레드가 대형 올레드패널 공급을 본격화할 경우 안정적 고객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
중소형 올레드 역시 재팬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이외 수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공급기회가 열릴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일본의 올레드 연합공세가 성공한다면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올레드 보급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더 많은 업체들이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최소 수년동안 올레드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유지하며 수요급증의 수혜를 독점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본의 추격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디스플레이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 경쟁업체의 올레드 생산방식을 국내업체보다 앞선 차세대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경쟁력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