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0월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금융지주사들이 회장 승계과정을 둘러싼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이은 비판에 긴장하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관치금융이 강해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지주(7건)와 KB금융지주(5건)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는데 양쪽 모두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말한다.
하나금융과 KB금융은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에 따라 지배구조 관련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거의 비슷한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두고 있어 금융지주사 회장 승계과정이 전반적으로 손질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금융경제부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전반을 조만간 검사할 뜻을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현직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를 공론화한 데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특히 최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검사하면서 찾은 문제점을 개별 지주사의 이사회에 알리고 외부에도 공개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2016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맞춰 회장 경영승계규정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정비했는데 이때도 금감원이 지배구조를 먼저 검사하고 개선사항을 지적했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검사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시행 당시 지적된 개선사항이 충실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2018년 3월 주주총회 전에 지배구조 내부규범 일부를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회장후보군 선정이나 후보 추천과정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경우 시정하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의 제도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회사 관리감독의 초점을 지배구조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그룹통합감독단을 구성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리스크 중심으로 검사체제를 강화할 계획을 내놓았다.
윤석헌 금융혁신위원장은 10월 금융위 대상의 1차 권고안에 “정부가 민간회사의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의 경우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와 장치를 권고하는 정도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에 지나치게 깊게 개입하면서 사실상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사는 엄연히 민간회사인 만큼 이사회와 주주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 선임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경우 경영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 논란은 사실상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2014년 ‘KB사태’를 계기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사실상 이끌어낸 사례도 있지만 그때는 비상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과 최 원장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해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 원장의 경우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다가 김 회장의 취임 이후 물러났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돈다.
최 위원장은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자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지적한 것은 특정 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금융회사 경영승계프로그램이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사례를 찾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원장도 “금융감독기관이 금융회사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의 유착 등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움직이는 금융회사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