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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A380 1호기 인수 행사에 참석해 A380 1호기의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에 앉아 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잃어버린 회사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알짜 계열사들을 모두 되찾으려고 한다.
금호고속을 놓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모펀드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은 것도 박 회장의 이런 의지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반드시 되찾기 위해 금호고속의 가치를 낮추려는 시도가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금호리조트를 되찾으려는 무리수를 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박삼구 회장 금호리조트 포기하지 않을 것”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케이스톤 사모펀드(PEF)는 최근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김 대표이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최장수 CEO였다.
김 사장인 해임된 가장 큰 이유는 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지난 7월 실시한 금호리조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 이사회는 “김 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편을 들어 금호리조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방임했다”고 주장했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계열사인 금호리조트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50%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애바카스가 소유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자회사들은 지난 7월에 실시한 금호리조트의 15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51.20%로 늘렸다. 반면 금호고속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이 48.80%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 밑으로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리조트에 대한 애착이 커 측근인 김성산 대표이사로 하여금 이사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도록 했다고 본다.
금호리조트는 골프장 사업과 콘도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국내에 아시아나CC와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등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고 충무, 설악산, 제주도, 화순 등에서 콘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골프 애호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7년 동안 한국프로골프협회 12대, 13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봤을 때 금호리조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금호리조트를 손에 넣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 매각작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금호산업을 되찾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만큼 금호고속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금호리조트 만큼은 찾아오기 위해 이사회 결정을 무시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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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쯔언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오른쪽)에게 우호훈장을 수여받고 있다. |
◆ 금호산업 알짜 계열사들, 아시아나항공 밑으로 집결
박 회장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알짜 계열사들을 아시아나 항공의 밑으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 추진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1년 금호터미널을 2555억 원에 대한통운으로부터 되샀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박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현금이 부족하자 2200억 원에 금호터미널을 대한통운에 팔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함께 대한통운으로부터 아시아나공항개발을 677억 원, 아스항공을 383억 원에 각각 사들였다.
아시아나공항개발과 아스항공은 지난해 8월 각각 회사 이름을 아시아나개발과 아시아나에어포트로 변경했다.
아시아나개발은 인천국제공항 안에 화물터미널을 건설하고 시설에 관한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외국항공사에 지상조업과 화물조업, 항공기급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월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의 지분 100% 가운데 50%를 721억 원에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호치민에 21층 5성급 호텔 1동과 상업 시설을 병설한 32층 건물의 아파트 1동, 21층 오피스 빌딩 1 동 등 3개동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런 작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사실상 재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금호아시나아그룹을 재편하고 싶어했다”며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과정에서도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알짜 서비스 관련 계열사들을 사들여 아시아나항공 밑으로 모두 넣었다”고 말했다.
금호고속 되찾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재계에서 폭넓게 존재한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한 종잣돈으로 5천억 원 정도를 마련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서 광주 신세계로부터 받은 20년어치 보증금 5천억 원이 바로 그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아시아나항공 중심으로 금호아사이나그룹을 재편해 놓은 만큼 5천억 원이나 되는 현금을 재무개선에 최우선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