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이 2016년 2월과 8월에 이어 최근 세 번째로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비은행사업 강화에 쓰일 재원을 미리 늘리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KB금융은 삼성증권과 신탁계약을 체결해 27일부터 2018년 11월26일까지 자사주 3천억 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증권에 돈을 맡겨놓고 필요할 때 주식 매입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KB금융이 보유한 자사주는 4.09%에서 5.3%대로 늘어나게 된다. 전체 주식가치는 최근 KB금융 주가를 반영하면 1조2천억 원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일 5만~10만 주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사들인 자사주 규모가 전체 주식 수의 1.3%에 머물러 유통주식 감소에 따른 주가상승폭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이 주주환원 외에 다른 전략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사주를 사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며 “예단하기 힘들지만 다른 회사와 전략적 자본제휴를 하거나 자회사의 인수합병에 활용하는 등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연임한 뒤 “생명보험사를 포함해 인수합병 가능성을 모든 분야에서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현재 기업 인수에 쓸 수 있는 여유자금력 2조3천억 원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보통주와 이중레버리지(자회사의 출자여력) 외에 자사주도 들어간다.
기업이 자사주를 팔아 자금력을 보충하거나 현금 대신 자사주 일부를 덜어 인수대금으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7월에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주식을 KB금융 자사주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KB금융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전례도 있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재임기간인 2016년 2월 3천억 원, 그해 8월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이때 사들인 자사주 2155만 주 가운데 444만 주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주식교환에 쓰였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때의 주식교환을 예로 들면서 “KB금융 주가는 2018년 주가순자산비율(P/B) 0.64배로 저평가돼 있는데 이때 자사주를 사들여 앞으로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부문의 인수합병에 자사주를 활용할 여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자사주를 주식교환 등에 많이 썼던 부분을 보충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이번에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며 “인수합병에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KB금융 주가는 27일 직전거래일보다 1.41% 오른 5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것과 달리 상승했는데 자사주 매입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