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이날 장이 열리기 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한화생명 주식 2171만74주를 매각해 공적자금 1591억 원을 회수했다.
예보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화생명에 3조5500억 원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해 지분 100%를 보유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지분을 매각해 2조4729억 원을 회수했다.
남은 공적자금 1조771억 원가량 역시 한화생명 잔여지분 10%(8685만3천주)를 매각해 회수해야 한다.
예보가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앞으로 한화생명 주식을 1주당 1만2400원 이상에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8월 한화생명 지분 12.5%를 팔았을 때에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1주당 1만1400원에는 팔아야 한다고 추산됐지만 이번 매각에서도 7천 원대에 팔면서 기준금액이 더 높아졌다.
예보 입장에서 한화생명의 주가가 기대보다 크게 뛰지 않고 있어 지금껏 몇 년 동안 매각가격이 1주당 7천 원대에 머물러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예보는 2013년 3월에 한화생명 지분 2%를 1주당 7680원에 매각했고 2015년 3월과 10월에는 지분 2%와 7.5%를 각각 1주당 7970원과 7980원에 팔았다. 올해 들어서도 8월과 이날 각각 7580원, 7330원에 한화생명 잔여지분을 팔았다.
한화생명 기업공개 당시 8200원의 공모가가 너무 싸다며 당초 팔기로 계획했던 물량을 대폭 줄이기도 했었다.
예보는 2010년 한화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을 때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한화생명 주식 6600만주를 팔기로 했었지만 결국 1993만주만 시장에 내놓았다.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회사 가운데 한화생명의 지분매각이 가장 현실적 방안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서두르고 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과점주주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을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한화생명 잔여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한화생명 주가가 시장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입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화생명은 부채듀레이션(잔존만기)이 길어 업계에서 금리민감도가 높은 편인데 시장이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매도가능증권 비중이 경쟁사보다 낮아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보험영업이익과 투자수익률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도가능증권은 기말에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데 금리상승 구간에서는 가치가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한화생명은 올해 들어 대규모의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해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
한화생명 주가가 지금보다 오르면 예보의 손실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목표주가를 1만1천 원으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