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교체하기로 하는 대규모 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 이사회 독립성에 가장 악영향을 준 것이 ‘거수기’ 역할에 불과한 사외이사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던 만큼 역할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새 사외이사들이 대거 포진하게 될 수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60대 임원들이 대부분 사퇴하는 대규모 쇄신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재 사외이사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젊은 경영’을 선언하며 내년 3월부터 대표이사를
김기남 사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50대 경영진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11월 초 사장단인사에서 60대 사장 5명도 모두 물러났다.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처음으로 분리해
이상훈 사장이 맡도록 하는 변화도 도입됐다. 이에 맞춰 이사회에 완전한 변화를 위해 사외이사들도 대부분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명으로 이뤄진 삼성전자 사외이사진의 나이는 평균 68세로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이 최고령인 74세다. 이 전 은행장의 경우 올해까지 7년 넘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외에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송광수 김앤장 고문, 이병기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가 삼성전자 사외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젊은 경영진을 통한 긴밀한 대응이 필수라고 판단해 대규모 인적쇄신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전처럼 모두 기술전문가들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사외이사진의 경우 전자통신분야에 경험이 없거나 거리가 먼 인물들로 구성된 만큼 삼성전자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끊이지 않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년 3월에도 등기이사를 유지할 경우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각자대표 3인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사내이사를 두게 된다.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사외이사도 현재 5명에서 최소 6명으로 늘어나야 한다. 인원 변화에 맞춰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외이사만으로 이루어진 별도조직을 구축하고 주주환원정책을 논의하거나 회사를 감시하는 책임을 맡도록 했다. 사외이사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한국 재벌기업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내부 경영진에 반대표를 내지 못하는 거수기 역할로 비춰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는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에서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너일가의 의지에 따라 흘러가는 것은 외국언론 등에서 ‘코리아 디스카운드’라는 용어로 불리며 브랜드와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외국계 기업 CEO 출신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을 시도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으로 후보자 물색이 잠시 중단됐지만 이젠 충분히 재개할 수 있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여성 또는 외국인 사외이사, 전자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 등이 새로 선임돼 삼성전자 이사회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들이 충분히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대표이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박근혜 게이트 등 일련의 사태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이미지 쇄신이 시급하다. 이사회의 대대적 변화는 쇄신 노력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 구성에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