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부실의 원인을 김영민 전 사장의 투기로 꼽으며 “엉터리 사장”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왜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을 질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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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이런 발언에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조 회장의 자신감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양호 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 혁신심포지엄에서 한진해운이 그동안 적자를 기록했던 이유로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의 ‘투기’를 들었다.
조 회장은 “전직 사장이 투기를 많이 했는데 이로 인한 손해가 많아 회사가 어려웠다”며 “이를 정리하면서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간 엉터리 사장이 와서 망쳐놓은 것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조양호의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한진해운은 7분기째 적자를 내다 지난 2분기에 영업흑자를 냈다. 3분기에 순이익까지 기록했다. 순이익을 낸 것은 3년9개월(15분기) 만이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향후 전망을 밝게 봤다. 그는 “한진그룹은 물류 전문 회사이기 때문에 물류에만 집중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며 “미국경제가 살아나면서 요즘 미국노선에서 흑자를 많이 보고 있고 앞으로 한진해운 실적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첨단 IT기술을 한진해운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이 첨단 IT기술 분야의 전문가라 해운업에 IT를 접목하는 것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육상·해상·항공 물류를 통합관리한 뒤 생긴 시너지도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해외에서 해운과 항공이 따로 놀았지만 지금은 함께 고객을 찾아가 종합물류 컨설팅을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회장은 정부의 미흡한 지원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해운업이 아직 전반적으로 어려워 외국에서 정부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약하다”며 “한진해운 자체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경쟁이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전임 사장 김영민은 무엇을 잘못했나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은 무엇을 잘못해 ‘엉터리 사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은 지난해 11월 한진해운이 계속된 자금난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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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 |
김영민 사장은 2009년 1월 한진해운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해운통은 아니다. 시티은행에서 선박금융업무를 하며 한진해운과 인연을 맺었다.
김 사장은 2001년 한진해운의 미국터미널 운영법인인 TTI 사장으로 영입된 뒤 2009년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올랐다. 해운업종은 업종 특성상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이 고려된 인사였다.
김 사장은 국제금융전문가로 꼽혔다. 김 사장은 그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함께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김 사장은 해운업 경력이 짧아 업황침체 상황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의 해운사는 선박의 가격이 낮은 불황기에 선박을 적극 사들여 호황기에 대비하는 전략을 펼친다. 그러나 김 사장은 취임 뒤 장기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 2009년 보유했던 총 69척의 보유 선박은 2013년 상반기 104척으로 늘었다. 특히 선박 가격이 비싼 호황기에 발주해 과다비용이 발생했다. 이는 곧 한진해운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졌다.
한진해운은 2011년 5130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봤다. 2012년 100억 원, 2013년 242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또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2011년 389.7%, 2012년 697.2%, 2013년 1444.7%로 큰 폭으로 뛰었다
결국 한진해운은 2013년 현금이 바닥났고 은행권에서만 1조 원 가량을 빌렸다. 김 사장은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애썼지만 엄청난 규모의 빚을 다 갚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