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0-17 16: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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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SK텔레콤의 알뜰폰 망 도매대가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CJ헬로비전 등 알뜰폰회사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알뜰폰업계는 알뜰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망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비 인하로 CJ헬로비전 등 알뜰폰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알뜰폰 망 도매대가 협상도 지지부진해 속앓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통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매년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새로 산정한다.
정부와 SK텔레콤은 올해도 망 도매대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망 도매대가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LTE요금 수익분배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LTE요금 수익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10%포인트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SK텔레콤이 난색을 표시한 것을 알려졌다.
LTE요금의 경우 요금구간별로 알뜰폰 사업자와 SK텔레콤이 수익을 나눈다. 지난해에는 3만 원 이하 요금제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50%, 4만 원대는 55%, 5만 원 이상 요금제에서 60%를 차지했다 .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8월까지 망 도매대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10월에도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비인하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SK텔레콤이 망 도매대가 인하를 놓고는 강경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망 도매대가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상태”라며 “조만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 도매대가 협상이 길어지면서 알뜰폰회사들은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 정부는 매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망 도매대가를 결정해 공표해 왔다. 알뜰폰회사는 확정된 망 도매대가를 바탕으로 하반기 요금설계 및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협상이 길어지면서 알뜰폰회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창직 알뜰폰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지금으로서는 알뜰폰업계에 짙은 안개가 낀 형국과 같다”며 “영세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내년 살림을 위한 사업의 구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망 도매대가가 알뜰폰업계의 바람대로 타결돼도 알뜰폰의 위기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됐고 보편요금제 도입도 추진되는 등 이통3사의 통신료가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인데 이통3사의 통신료가 저렴해지면 알뜰폰의 존재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알뜰폰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더욱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비슷하게 이통3사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은 2013년 ‘모바일 창생계획’을 세워 알뜰폰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망 도매대가 인하 뿐 아니라 알뜰폰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