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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 지주사격인 제일모직 상장이 임박했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은 지난달 말 희망 공모가격과 공모주식 수 등 구체적 상장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제일모직은 상장 뒤 시가총액이 최대 7조 원이 넘는 대형 상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이 상장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론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시나리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을 놓고 내년 상반기가 적기라는 관측과 최소한 3~4년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 삼성 지주회사설, 왜 나오나?
삼성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은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가 3세들의 지배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삼성가 3세 가운데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지분 0.57%만으로 보유하고 있어 의미있는 수준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정점에 둔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오너 일가, 특히 이 부회장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그룹이 애초 내년 1분기로 예정됐던 제일모직 상장 일정을 12월로 앞당긴 것은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에서 제일모직이 항상 주목받아온 것은 제일모직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건희 회장 등의 지분율은 45.6%에 이른다.
특히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세들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계열사라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 때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각각 8.3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지분율은 3.72%다.
제일모직은 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핵심 순환출자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7.21%를 보유중인 삼성생명인데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이런 지분구조 덕분에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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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
◆ ‘삼성홀딩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난 6월 제일모직이 상장을 발표할 당시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가 이내 사라진 까닭은 비용이 막대할 것이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계열사 간 지분정리가 필요한데 전문가들은 필요한 금액이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새롭게 만들어질 지주회사 삼성홀딩스(가칭)가 인수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돈만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다시 지주사 전환설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삼성홀딩스가 사들여야 할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13조 원대로 크게 낮아진 데다 삼성전자 주가가 낮을 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의 첫 단계를 제일모직 상장으로 보고 그 이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를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회사(가칭 삼성전자홀딩스)와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자회사로 나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사업부문의 가치를 미뤄볼 때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의 분할 비율은 약 2대 8정도가 될 것으로 점친다. 3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82조 원 정도인데 이 비율대로라면 지주회사는 36조 원, 사업자회사는 146조 원의 가치를 지닌다.
그 다음으로 이어질 작업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이다. 증권가는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을 7조~10조 원 정도로 예상한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비율은 약 1대 3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0%를 토대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할 삼성홀딩스 지분을 약 7~8%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11.25%)을 삼성홀딩스 주식과 맞교환할 경우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 지주사 전환 시점은 언제가 될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분기를 지주사 전환의 적기라고 본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합병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보유한 주식을 일정가격에 기업에 되팔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주식매수청구권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 드는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적어도 3년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제일모직을 지주사로 만들어 3세들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며 “다만 몇 단계의 인적분할과 합병 없는 지주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향후 3~4년 동안 점진적으로 전환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 부문의 합병에 앞서 반드시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이 극대화해야 한다”며 “이는 합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지분율 희석이 최소화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모직이 자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며 삼성전자가 합병에 앞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