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한미FTA 관련 논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한미FTA 개정협상이 임박해 오면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안게될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 김현종, 정치공세 비껴갈 수 있을까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한미FTA 개정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한다.
김 본부장은 국회 보고 이후 개정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본부장은 10일 우원식 원내대표 등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최근 한미 양국이 한미FTA 개정협상 개시 시점을 협의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문 대통령이 재협상은 없다고 말했는데 해명이나 사과를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책임있는 지도자의 태도”라고 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한미FTA 체결 당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극렬하게 반대했는데 자신들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며 “미국의 압력에 재협상까지 하게 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과없이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를 비판하기보다 여야가 힘을 모아 국익 중심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막았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FTA 개정과 통상 압박이 연이어 제기되는 만큼 정치공세가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공세는 김 본부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9일 “김 본부장의 행보를 볼 때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한미FTA 존속 그 자체를 우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철저히 우리 국익에 맞게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사령탑으로 교체하고 개정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FTA 개정 우려 높아져
한미FTA 개정협상을 놓고 산업계는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 본부장이 짊어질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FTA를 전면 재협상할 경우 2017~2021년 5년간 총 269억 달러의 수출손실이 발생하고 24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반덤핑 과세 부과 등 다양한 통상 압력조치를 꺼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정합의가 실패할 경우 미국은 서면으로 통보 후 협정 자체를 폐기할 수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 마땅한 대응카드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조항 및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은 이해관계 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비관세장벽 제거, 서비스시장 진출 등을 협상의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당초 정부는 미국의 한미FTA 개정요구에 먼저 한미FTA의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하자며 맞대응했다. 1차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이런 전략은 효과를 거뒀으나 4일 2차 특별회기에서는 개정협상 개시 시점을 협의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김 본부장이 미국을 직접 방문하면서 협상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한미FTA 개정을 요구해온 미국의 태세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협상 전문가인 김 본부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치광이 전략’에 한방 먹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본부장은 9월27일 워싱턴DC에서 “미국의 한미FTA 폐기 위협은 엄포가 아니라 실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은 2차 특별회기를 선제적으로 제의했다. 김 본부장은 2차 특별회기에서 미국에 한미FTA의 호혜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분석 결과를 설명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