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K뱅크에 지분을 투자한 KT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가 K뱅크를 키우는데 직접 나서려면 은산분리가 완화돼야 하지만 이를 기다리다가는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뱅크가 최근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사업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K뱅크 주주사를 살펴보면 KT가 8%, 우리은행과 GS리테일, NH투자증권, 다날이 각각 10%, 그리고 다른 16곳의 주주사가 나머지 지분 52%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각 주주사는 남입일인 9월27일까지 적게는 5억 원에서 80억 원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7곳의 소형 주주사들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부 실권주가 발생했지만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을 만큼 큰 규모는 아니다.
실권주 가운데 K뱅크 지분 4%가량인 보통주 신주는 부동산개발회사 MDM이 인수하고 나머지 132억 원은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 신주를 발행해 KT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인수하기로 했다. 대금은 13일 납부한다.
그러나 은산분리 없이 계속해 증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은산분리 규정에 맞게 주주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주주간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지는 불투명하다.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없는데다 20개 주주사가 합의를 이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1500억 원의 증자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K뱅크는 이미 4개월 늦게 출범한 카카오뱅크에게 주도권을 내준 만큼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추가증자가 절실하다. K뱅크의 자본금은 3500억 원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자본규모가 8천억 원에 이른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미 카카오뱅크에 기선을 제압당한 K뱅크가 자본규모 논란까지 휩싸인다면 출혈경쟁 외는 남는 선택지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자본규모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4천억 원 이상의 추가증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뱅크는 급증하는 신용대출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7월부터 대표적인 신용대출상품인 ‘직장인K’ 대출을 중단했다.
10월 중순부터 직장인K 판매를 재개하기로 결정했지만 추가증자가 없다면 또 다시 대출중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다가 K뱅크의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K뱅크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59%였다. 이는 7월 3.76%보다 1.8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며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4.2%인 것과 비교해도 1.39%포인트 높다.
이 때문에 K뱅크가 경영상 어려움을 금리인상으로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K뱅크는 고신용자의 소액 급전대출 금리를 현재 연 5%대에서 연 3%대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며 이와 같은 의혹 불식에 나섰다.
또 올해 안에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 등을 출시해 본격적 영업확대에 나선다.
그러나 K뱅크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점이 사업확대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T는 K뱅크 설립은 주도했지만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K뱅크 운영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K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KT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T를 비롯한 K뱅크 대주주들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한 K뱅크의 사업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은산분리가 계속해서 미뤄진다면 KT가 K뱅크에서 손을 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