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중대형 증권사들에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의 무료화를 추진하는 데 대응해 투자금융(IB)사업 강화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들어 주식위탁매매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 6월 말 기준 점유율 15.11%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포인트 떨어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주식위탁매매 수수료를 장기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키움증권의 수수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영업점 없는 온라인 증권사의 이점을 살려 주식거래를 중개할 때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주식위탁매매시장에서 2005년부터 선두를 지켜왔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기준으로 100만 원 이상 규모의 주식을 거래할 때 수수료 150원을 받는데 같은 기준을 적용한 KB증권(1270원), 미래에셋대우(1400원), NH투자증권(2440원) 등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대신증권이 5월에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의 무료기간을 3년까지지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작한 이래 중대형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특정 기간 안에 가입할 경우 신한금융투자는 13년, KB증권은 10년 동안 주식위탁매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진행하는 이벤트의 수수료 무료기간도 미래에셋대우 8년, 한국투자증권 5년, 삼성증권·메리츠종금증권 3년에 이른다.
키움증권은 당장은 수익성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율 15%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다른 증권사들이 이전에 무료이벤트를 벌였을 때에도 키움증권의 고객 이탈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대형 증권사들이 주식위탁매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경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키움증권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대형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사업 확대에 앞서 고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주식위탁매매 수수료 무료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1조5천억 원 정도를 보유해 3조 원대 이상의 증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장기적으로는 불리하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하락한 데도 중대형 증권사들의 수수료 무료정책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 주가는 25일 7만2400원으로 장을 마감해 6월30일 고점이었던 9만3900원보다 22.89% 떨어졌다.
권 사장은 앞으로 ‘주식위탁매매 수수료 리스크’에 대응해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투자금융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7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취임한 이후 차별화를 경영전략 전면에 우직하게 내세워 투자금융시장의 영업대상을 중소벤처기업으로 특화했다”며 “앞으로도 중소벤처기업에 특화된 사업모델을 통해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주관 등에 힘을 기울인 결과 상반기에 투자금융부문에서 영업이익 11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중소기업의 인수합병에 자금을 투자하는 ‘글로벌 강소기업 키움M&A 전략펀드’의 연내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5월에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키움PE(프라이빗에쿼티)를 자회사로 설립해 투자금융사업의 범위도 확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식위탁매매부문에서 중대형 증권사들의 수수료 무료이벤트를 따라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시스템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투자금융사업도 기업공개(IPO)에서 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