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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메리츠종금증권의 사업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자기자본 1조 원을 넘겨 증권업계 10위로 안착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메리츠금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 조정호, 증권사 인수합병으로 강점 키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5일 예금보험공사와 솔로몬저축은행 파산재단으로부터 아이엠투자증권 지분 52.08%를 1710억 원에 인수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융위원회의 주식취득 승인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아이엠투자증권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인수는 중소형 증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중견급으로 몸집을 불린 첫 사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7565억 원이다. 아이엠투자증권은 3748억 원이다. 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자기자본 1조1313억 원으로 국내 증권업계 10위로 뛰어오른다.
조 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을 바로 합병하지 않고 조직안정화를 먼저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엠투자증권이 강점을 보유힌 투자은행(IB) 분야의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투자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자를 중개하는 금융사업을 뜻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 두 증권사의 합병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투자은행 분야가 주요사업인 아이엠투자증권과 최대한 시너지를 만들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주력사업인 기업금융부문에서 통합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두 증권사 모두 기업금융이 강점이나 세부사업은 거의 겹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종합금융사 라이선스를 보유했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부실채권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 올해 상반기 수수료 수익 가운데 76.2%가 기업금융 수수료에서 나왔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위탁매매(리테일)에 치중하는 일반적 중소형 증권사와 달리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얻었다. 투자은행부문에서 주로 수익을 얻었으며 채권매매와 부동산 투자도 함께 진행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법인영업 및 자기자본투자 분야에 강하며 아이엠투자증권은 투자은행 등 대체투자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두 증권사 모두 위탁매매부문의 수익비중이 작아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메리츠종금증권의 종합금융 라이선스가 끝나는 2020년 이후를 대비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면서 메리츠증권이 종금사업을 병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종금사를 합병해 라이선스를 얻었을 경우 기한이 10년으로 한정된다. 조 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 라이선스가 끝나기 전에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해 수익을 다각화하려고 했다.
조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증권사간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시행한 것에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증권사 인수합병 촉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인수합병으로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에게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사모펀드 조성을 허용했다. 또 대형 투자은행 및 개인연금신탁 등 그간 증권사의 진출이 제한됐던 분야도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금융위의 정책에 따라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신규사업을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사업다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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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28일 서울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 참석해 원명수 전 메리츠금융 부회장(왼쪽) 및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각자대표와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뉴시스> |
◆ 조정호 복귀 후 실적 늘어난 메리츠종금증권
조 회장은 과다보수 논란으로 지난해 6월 메리츠금융 회장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회사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조 회장이 복귀한 이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수익 6069억 원과 영업이익 83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수익은 1.7%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7월 아이엠투자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 회장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메리츠금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의 투자자금을 지원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시 메리츠금융이 추진했던 166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176억 원을 냈다. 자금을 대기 위해 메리츠금융 지분 2879만 주를 담보로 잡히고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약 1600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메리츠금융 지분 71.68%를 지닌 최대주주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이전처럼 공격경영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 회장은 2005년 보험사 순이익이 연평균 200억 아래로 떨어지자 회사 이름을 동양화재에서 메리츠화재로 바꿨다. 2011년 8월 국내 최초로 보험사 중심 금융지주인 메리츠금융지주를 만들었다. 그 다음해에 메리츠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자산운용업계에도 진출했다.
조 회장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이다. 아버지가 2002년 타계하자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물려받아 형제들 가운데 가장 일찍 독립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메리츠종금증권의 실적이 좋아졌다”며 “좋은 실적에 힘을 얻어 자본력을 키울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