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무성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최근 추가 자본확충을 자문하기 위해 증권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두고 기업공개가 곧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신 회장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교보증권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하기 위한 컨설팅”이라며 “기업공개가 자본확충의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한 작업을 따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2대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기업공개를 약속한 시한은 이미 한참 지났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 뒤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지분을 팔아 투자금 및 투자차익을 회수하겠다는 계획 아래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됐다. 신 회장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난해부터 보유하고 있는 풋옵션 카드를 꺼내들며 줄곧 교보생명에 기업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할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되고 있다고 바라본다.
교보생명은 7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5670억 원 가량 규모의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교보생명이 자본확충을 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져 기업공개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면 기업공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자본확충에 힘입어 지급여력비율(RBC)이 15%포인트 오르는 등 재무건전성이 좋아져 기업공개의 체력을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뒤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250%까지 상승했다.
ING생명이 5월 기업공개에 성공한 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교보생명의 기업공개에 힘을 더한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기업공개시장이 어렵고 생명보험업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기업공개를 미뤄왔다.
ING생명은 기업공개 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ING생명 주가는 전날보다 3.22%오른 4만4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ING생명의 기업공개 공모가는 3만3천 원이었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ING생명보다 자산규모가 3배도 더 큰데도 기업공개를 주저하는 것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 회장이 기업공개라는 말이 나오면 부인하고 나서는 점을 두고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아직도 교보생명이 원하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공모가는 회사의 주당순자산가치(BVPS)에 업계의 주가대비주당순자산비율(PBR)을 곱한 수치로 정하는데 신 회장은 여전히 최근 업계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NG생명의 공모가 역시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0.74배)보다 낮고 한화생명(0.54배)·미래에셋생명(0.49배)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들은 2012년 교보생명 인수 당시 주가대비주당순자산비율을 0.93배로 적용해 들어왔다.
신 회장은 금리가 인상되면 보험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교보생명 기업가치의 추가적 상승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들어 두 차례 인상되면서 국내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지나치게 신중한 점도 기업공개가 추진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이나 신규사업 진출 기회가 있을 때 참여의사를 밝혔다가도 망설임을 거듭하다 결국 포기한 적이 많다. 2012년 KB금융 지분인수건, 2013년 ING생명 인수 합병건, 2014년 우리은행 인수건 등 중요한 사안 앞두고 매번 중도에 포기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들도 국내 보험시장의 여건이 좋지 않음을 감안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