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재계에서 '자살의 흑역사'가 되풀이 됐다.
기업의 수장에게 검찰수사의 칼끝이 겨눠질 때 수장을 보필하던 '충신'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왼쪽)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은 21일 오전 8시40분께 경남 사천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직원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김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목숨을 끊은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유서에 "잘 해보려고 했는데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점으로 미뤄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놓고 벌어지는 검찰의 수사를 보면서 애사심이 김 부사장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 부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비리의혹의 정점에 선 하성용 전 사장과 경북고 동기 동창이다. 2006년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발을 들인 뒤 굵직한 해외수출계약을 주도해오면서 2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 전 사장에게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사장 외에도 회사의 짐을 짊어지겠다는 마음으로 세상과 작별을 선택한 이들은 많다.
지난해 8월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시기에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했다.
이 부회장은 40년 동안 몸바쳐온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자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는 신 회장 이후로 롯데그룹에서 가장 근속년수가 높은 사람이었는데 오너들 사이의 다툼을 보고 모든 것을 떠안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알려졌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도 2003년 자살했는데 당시 경영 때문에 부친에게 죄송하다는 부채감이 컸다고 한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한 심리학자는 “자살하는 사람은 사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라 말했다.
자살을 선택한 이들을 보면 몇십 년 동안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나서서 해결해 왔지만 어떤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놓고 회사와 개인을 ‘일심동체’로 여기는 동양적 정서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