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보험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민간의료보험법 제정이 추진된다. 의료보험의 관리감독은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함께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을 금융·보건당국이 공동으로 관리해야
김상희·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케어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의 역할 진단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실손보험은 그동안 건강보험이 메우지 못한 비급여 영역을 책임져 왔지만 과도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는 문제점도 지적받았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민간보험 가입수가 1개 증가할 경우 외래일수가 0.4일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실손보험의 영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 의료비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의료항목 급여화에 따라 실손보험의 역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허윤정 아주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민간의료보험이 국민 건강과 국민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민간의료보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봤다. 공보험과 사보험 사이의 연계를 강화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국민 의료비 적정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제정안은 민간의료보험의 관리감독 기구로 현재 금융당국에 보건당국을 추가해 보건의료관점에서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도록 했다. 또 보험업법 및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민간의료보험 감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허 교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복지분과 전문위원 출신으로 문재인케어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복지부와 금융위,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공·사의료보험 발전 정책협의회가 9월 중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11월 공·사의료보험 개선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업계, 문재인케어에 따른 실손보험 역할 재정립 기대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2022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약 3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입자가 3400만 명에 이르는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100%를 넘어 그동안 보험업계의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그만큼 실손보험의 부담이 줄어 손해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늘어나면 굳이 별도로 실손보험을 들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껴 실손보험 가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손보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장성을 강화해도 보장률이 100%가 아닌 이상 의료비 공백이 생기고 이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의 항암제 치료와 로봇 수술 등은 본인 부담률이 최대 90%로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는 14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에도 건강보험 보장범위 외 의료비와 투병중 생활비, 간병비 등 개인부담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또는 정액보험에 가입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시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한국의 공적보험 보장비율은 OECD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민간보험의 역할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성공한다고 해도 실손보험 역할 18조5조 원이 남아 실손보험 수요는 상당부분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정부 목표를 가정해도 한국 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중은 스위스보다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민간보험사들의 의료비 보장기능이 일본 및 유럽과 같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