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로 얻은 손익계산서는 적자일까 흑자일까.
원내에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년 지방선거 때 호남민심은 더욱 차가울 수 있다.
안 대표는 원외에 있는데다 구원투수로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꼭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이 김 후보자 인준 부결을 놓고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이수 재판관을 부결시키는 것이 국민의당의 정체성인지 묻고 싶다”며 “안철수 대표는 임명동의안 부결을 국민의당 성과로 평가하는데 오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의 발언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사안이 따로 있지 평생 약자를 위해 헌신한 인사를 존재감을 위해 희생시키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 인준안은 11일 국회에서 찬성 145대 반대 145로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국민의당에서 절반가량 반대표가 나오면서 통과가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를 두고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안 대표는 11일 김 후보자 인준 부결 이후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인준 부결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음을 확인한 점은 사실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재빠르게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커졌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인준 부결로 야3당이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기조를 만들었다”며 “야3당이 강력히 공조할 때 오만한 여당의 독주를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책 연대를 넘어 정치적 연대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기국회에서 증세와 예산안 등 다퉈야할 현안이 많은 만큼 국민의당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어 임기 초반 안 대표의 리더십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준 부결은 안 대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안 대표는 호남홀대론을 부각하면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작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 부결에 국민의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들인 공이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한 자리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60~7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이에 안 대표는 6~10일 4박5일간 호남 순회를 하면서 문재인정부의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예산 삭감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여당은 안 대표의 호남홀대론에 역공을 펼쳤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호남 SOC예산이 내년 사업을 진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안 대표에게 “내용을 다 알고 말했다면 개념이 없는 것이고 모르고 했다면 게으른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왜곡해 지역감정을 유발하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2018년 지방선거까지 9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민심 이반은 국민의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매우 낮다. 아직 독자적으로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과 겨룰만한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한 국민의당이기 때문에 만약 호남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안 대표의 향후 정치적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 안 대표가 대권에 다시 도전하려면 지방선거 승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당대회 득표율 51%가 말해주듯 안 대표의 당내 기반이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에 의지를 보인다. 안 대표는 8월27일 국민의당 대표 선출 이후 “지방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며 “17개 광역시도 모두에서 당선자를 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