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7-09-11 17: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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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이 재무건전성 리스크를 유상증자로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해보험은 그동안 자본비율이 떨어지면 재보험에 가입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방어했지만 재무건전성이 낮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11일 “한화손해보험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가 아닌 진성자본 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동안 한화손해보험의 저평가 요인으로 꼽혔던 지급여력비율(RBC)이 개선되면서 장기적 체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번 215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이 198.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6월 말 기준 168.1%에서 30.1%포인트 개선된다.
지급여력비율은 순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 150% 수준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손보업계에서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며 200%대를 유지해야 안전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한 상장 손보사들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211.9%로 집계됐다.
박 사장은 그동안 추가출재나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자본비율을 방어해왔지만 한화손해보험의 재무건전성이 좀처럼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재무건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이번 유상증자를 돌파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출재란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가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위험담보에 한해 50% 한도로 보험사의 요구자본 부담을 줄여준다.
박 사장은 자본비율이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출재를 통해 이를 보완해왔는데 이 방법도 곧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함에 따라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서는 지급여력비율(RBC) 제고를 위한 재보험 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이 과거에 발행했던 후순위채의 자본인정금액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점도 문제였다. 후순위채는 100% 자본으로 인정받다 만기가 5년 이하가 되면 매년 발행금액의 20%씩 자본에서 차감된다.
한화손해보험이 2012년 발행했던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올해 말 360억 원만이 자본으로 인정되고 지난해 1280억 원 규모로 대거 발행했던 후순위채도 내년 말에는 1024억 만이 자본으로 인정되는 식으로 한화손해보험의 자본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유상증자로 자금이 조달되면 이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금액이 이미 많은 상황이었는데 유상증자 덕분에 후순위채 인정금액이 자본에서 빠져나가도 지급여력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손해보험의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매도가능채권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팔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사둔 채권을 말한다. 만기보유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할 의도로 산 채권인 만큼 평가할 필요가 없지만 매도가능채권은 매각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해마다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한화손해보험은 6월 말 기준으로 매도가능증권을 5조8610억 원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화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42%를 차지한다.
박 사장은 매도가능증권이 금리하락 시 평가이익을 가져오는 점에 착안해 2015년 3조6500억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해 한화손해보험의 재분류 조치는 한화손해보험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최근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탄탄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유상증자까지 추진하게 됐다”며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맞물려 회사에 큰 시너지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