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 공격적 진출을 예고했지만 기술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실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위탁생산사업에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인텔과 당분간 대결을 피할 수 있게 돼 한시름을 놓게 됐다.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의 위탁생산사업 진출계획이 틀어지며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는 “기존 계획대로라면 인텔이 위탁생산한 반도체는 지금 시장에 넘쳐나야 한다”며 “하지만 전혀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이르면 2015년부터 10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하겠다며 이미 LG전자 등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10조 원에 가까운 대규모 시설투자도 계획했다.
하지만 인텔은 반도체 양산시기를 지난해와 올해 말로 잇따라 늦춘 데 이어 내년에도 실제 시장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나노 공정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미어큐레이트는 “인텔의 10나노 공정은 현재 상용화가 사실상 어려운 수준인 데다 발전속도도 너무 늦다”며 “실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마저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10나노 공정 적용을 약속했던 PC용 반도체 신제품도 14나노 기반으로 양산해 곱지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공정개발 지연은 PC용 반도체의 실적부진이 깊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이미 올해부터 10나노 공정을 완성해 인텔을 앞서나가고 있다. 인텔이 시장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예상과 달리 후발주자에 그치게 된 만큼 경쟁력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에서 갤럭시노트8 등에 적용되는 퀄컴의 고성능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35’를, TSMC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에 탑재되는 ‘A11’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7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최근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시장진출이 계속 늦어지는 인텔과 달리 공정기술 발전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글로벌 주요 위탁생산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공정개발에 차질을 빚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뿐”이라며 “본격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서는 성과가 주목된다”고 파악했다.
인텔은 수십년 동안 시스템반도체에서 절대적 기술우위를 확보한 기업이다. 위탁생산까지 진출영역을 확대할 경우 공정기술력이 크게 앞서 삼성전자의 사업확대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과 퀄컴 등 선발 반도체기업들이 인텔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에 삼성전자와 TSMC에 맡기던 위탁생산 물량을 인텔에 몰아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미어큐레이트는 “기존에 인텔과 계약했던 반도체 고객사들이 개발지연을 이유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인텔의 위탁생산 고객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위탁생산사업부를 별도조직으로 분리한 뒤 대규모 시설투자도 집행하며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3나노 공정에 이르는 장기적 기술발전계획도 잡혀있다.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에서 기술력은 가장 앞선 반면 점유율은 아직 8% 정도에 그치는 만큼 충분한 생산능력만 확보한다면 강력한 성장여력을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미세공정기술이 고도화할수록 기술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발전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스트림테크는 “삼성전자가 공정기술력을 단계적으로 높여간 반면 인텔은 단숨에 상위 단계 공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서로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며 “아직 경쟁우위를 결론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기업들은 차세대 공정 도입에 서로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특별히 어느 기업의 경쟁력이 앞서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