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수년 전부터 막대한 투자로 연구개발에 힘을 실어오던 자율주행기술 등 자동차 관련사업의 규모를 이전보다 대폭 축소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동차 관련사업에 진출하는 전자업체로서 중요한 경쟁자로 꼽히던 애플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비슷한 사업분야에 진출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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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2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이 자동차 관련사업에서 진출영역을 이전보다 줄이거나 현실적으로 실제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기 어려운 여러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이 자동차 관련사업에서 계획을 여러 차례 변경하고 아직도 뚜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연구개발팀을 꾸리고 막대한 투자로 자동차 관련기술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다양한 관측이 이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노리는지 관측이 분분했다.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블룸버그를 통해 “인공지능기술의 핵심인 자율주행차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해 자율주행 관련분야에 뛰어들 가능성만 유력하게 확인됐을 뿐이다.
관계자들은 애플이 당초 자율주행 전기차 완제품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전장부품 개발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자율주행과 자동차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연구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자율주행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기술인력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 애플이 연구개발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애플이 뚜렷한 사업목표나 수익모델도 구축하고 있지 않아 여러 걸림돌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 자율주행분야 선두기업보다 연구개발에 뒤처지는데다 자동차사업에 경험이 없어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대로 지난 3~4년 동안 자율주행뿐 아니라 완성차와 전장부품 등을 동시에 개발하면서 여력이 분산됐다면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애플이 자동차까지 영역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애플 서비스의 사용자기반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업체에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자동차 운영체제에 차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음악과 동영상, 방송서비스를 탑재해 콘텐츠 판매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은 IT기기와 같이 자동차부품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해 공급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사업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자동차에 적용하는 자동문과 디스플레이, 센서와 바퀴마저 직접 개발할 정도로 사업영역 확대에 자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사실상 대부분 물거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애플과 같은 대형 전자업체로서 갖춘 장점을 활용해 자동차 부품시장에 뛰어들며 향후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던 삼성전자가 애플의 이런 전략변화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자동차 부품사업영역이 제한적인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미국 하만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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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 부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
삼성전자는 자동차 부품사업을 스마트폰과 같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기술력을 활용한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심으로 끌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초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카분야에서 스마트폰에 이어지는 2차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애플은 사업을 축소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고 고객사 확보에도 약점을 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의 하드웨어 경쟁력과 하만의 기존 고객사를 모두 앞세워 강력한 성장을 노릴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역시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중요한 만큼 삼성전자와 하만이 기술개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행 등 차세대 핵심기술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고객사들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에서, 하만은 자체 연구개발센터에서 각각 자율주행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본격화될 경우 기술발전속도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투자자포럼에서 “하만과 협업을 통해 스마트카와 자율주행차사업분야의 리더로 자리잡겠다”며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