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법정공방 등 마찰을 뒤로 하고 도시바와 반도체사업 인수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상조건과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 등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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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
니혼게이자이는 23일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매각을 재무구조 개선계획의 핵심과제로 판단해 8월 중 웨스턴디지털과 매각협상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 사모펀드 KKR과 일본 정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자금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 인수금액은 약 20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에 산업혁신기구와 KKR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에서 SK하이닉스가 빠지고 웨스턴디지털이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당초 단독으로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여력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고 일본정부의 입장도 받아들여 인수참여로 조건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확보해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에서 벗어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이 합작법인 설립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미국법원에 매각중단 심리를 요청하는 등 법적대응을 해왔다.
도시바도 이에 대응해 웨스턴디지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마찰이 계속 빚어졌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계획대로 원만한 인수협상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법정공방 때문에 계속 미뤄져왔던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계획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상조건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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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컨소시엄에 참여한 사모펀드와 일본정부가 각자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참여자들 사이 협상에 마찰을 빚을 수 있고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협상도 이미 수차례 결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사업에서 협력 가능성을 찾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협상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도시바와 3위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효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펀드는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 중 인수가능성이 높은 쪽에 손을 잡을 것”이라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원만하게 협상한다면 SK하이닉스의 인수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바는 독점금지규제 심사 등을 거쳐 내년 3월 전까지 반도체사업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