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사업에서 갈수록 어려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올레드TV의 시장입지가 점점 강화되는데다 중화권업체들의 공세도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QLEDTV의 초반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새 차별화요소를 만들기 위해 TV의 핵심 경쟁력을 화질과 성능이 아닌 디자인 중심으로 바꾸는 쪽으로 새 전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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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5일 “가장 최근 벌어진 TV업체들 사이 경쟁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며 “전 세계 주요업체의 올레드TV가 다양한 평가항목에서 상위권을 대부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영국 대형 가전유통체인 크램턴앤무어가 주최한 TV 품질평가에서 색재현율과 화질, 성능 등 8개 항목 가운데 파나소닉과 LG전자, 소니의 올레드TV가 7개의 최고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QLEDTV는 밝은 곳에서 화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1개 항목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포브스는 “지난해 이뤄진 같은 평가에서는 LCDTV가 절대적으로 우세했지만 1년 만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보급형 올레드TV마저도 고가 LCDTV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TV시장의 주도권이 점차 올레드TV에 넘어가며 중국업체들도 출시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레드 TV패널 전용공장 건설을 계획중인 중국 패널업체들은 8곳에 이른다.
올레드TV는 높은 가격이 최대 약점이었는데 패널공급업체가 다변화될수록 원가가 하락해 시장지배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10조 원 이상의 올레드TV패널 증설계획을 내놓았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증설계획을 발표한 뒤 삼성전자가 올레드TV 출시를 결정할 경우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LCD방식의 TV를 고수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LCDTV를 새 브랜드로 재편한 QLEDTV 신제품 출시행사에서 올레드TV와 화질경쟁은 더 이상 의미없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반기 삼성전자가 TV사업에 부진을 겪으며 이런 전략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 세계 TV 수요가 약세를 보이는데다 대만 홍하이그룹 등 중화권업체들의 공세가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TV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5.2% 줄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출하량이 1분기보다 6.9%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QLEDTV 판매를 본격화했지만 출하량이 오히려 줄어들자 올해 TV 판매량 목표도 4600만 대에서 4400만 대로 소폭 낮췄다.
트렌드포스는 “LG전자와 소니가 올레드TV 중심전략의 성과로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대폭 좁혔다”며 “중국업체들도 전반적으로 LCDTV 출하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샤프는 LCD패널과 자체 TV사업의 수직계열화효과에 힘입어 점유율을 1분기 9위에서 2분기 4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중국과 미국에 모두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대형 LCD공장 신설이 마무리되면 시장지배력은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QLEDTV는 기존 LCDTV와 차별화하고 올레드TV의 강력한 브랜드경쟁력에 맞서기 위한 야심작으로 꼽혔지만 기술적으로 뚜렷한 장점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고전하고 있다.
김현석 사장은 이런 시장반응에 대응해 삼성전자 QLEDTV의 화질 등 기술력을 강조하는 대신 프리미엄TV의 디자인을 크게 바꿔내는 새 전략에 시동을 걸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출시한 프레임TV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액자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개선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가의 프레임TV를 주력상품으로 앞세웠다.
CNN머니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테리어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던 TV를 예술작품처럼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며 “프레임TV는 삼성전자의 TV 전략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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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더프레임' TV(왼쪽)와 공모전을 통해 뽑은 QLEDTV 스탠드 디자인 수상작. |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디자인 전문지와 협력해 QLEDTV의 디자인 공모전을 열고 향후 TV 스탠드 등 액세서리 제품을 별도로 판매할 계획도 내놓았다.
TV 특성상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직접 별도 액세서리로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레임TV도 액자 틀처럼 디자인된 TV의 외관을 다양한 제품으로 집안의 인테리어에 맞춰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TV의 사용경험을 바꿔내겠다는 목표로 점점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현석 사장은 LG전자 등 주요 경쟁업체가 출시를 사실상 포기한 휘어진 형태의 커브드 LCDTV시장의 확대에도 계속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4면이 모두 곡면으로 된 TV 신제품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높은 하드웨어 성능에도 애플 아이폰에 밀려 고전했지만 점차 곡면화면 등을 탑재하며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아 입지를 강화한 것과 같은 전략을 노리는 셈이다.
김현석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 TV사업의 목표를 ‘라이프스타일TV’로 내놓고 사용자의 다양한 생활공간에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화질과 크기 등 성능경쟁력이 중심으로 자리잡아왔던 TV시장의 판도를 디자인 경쟁 중심으로 바꿔내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7’에서 TV 등 주력상품을 대거 선보인다. TV사업 반등을 위한 디자인 차별화 노력을 전 세계 유통점과 언론, 소비자들에 알리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