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과 두산 등 주력계열사의 경우 정부의 정책방향에 희비가 엇갈릴 만한 현안들이 많아 박 회장 역시 이번 청와대 만남은 '기대반 걱정반'의 심경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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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26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이 두산그룹을 대표해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기업인이 만나는 행사를 가리켜 ‘일자리 창출·상생협력 기업인과 대화’라고 이름을 붙인 만큼 일자리창출과 하청·협력업체와 상생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24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의 비정규직을 정규직노동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청와대가 기업인과 만나는 일정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이 재무구조가 썩 좋은 상황이 아닌데도 정규직 전환카드를 서둘러 꺼내든 데 대통령과 만남을 염두에 둔 '선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맡은 계약직·외부업체파견직 노동자 450여 명을 정규직노동자로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 3차 협력업체와 영세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 1인당 월 10만 원씩, 해마다 120만 원 정도를 추가지급 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고용확대와 상생협력은 문재인 정부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정책기조다. 대통령과 만남을 앞둔 박 회장으로서 부담이 클 수 있다. 두산그룹은 고용문제와 관련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실적악화를 이유로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희망퇴직으로 밀려난 직원들을 다시 파견직으로 불러들인 사실이 알려져 호된 비난에 휩싸였다. 당시 두산그룹의 ‘인재경영’, ‘사람중심 경영’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는 말도 들었다.
이번 대통령과 만남은 다른 기업 총수들 뿐 아니라 박 회장에게도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을 받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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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정책’으로 신고리원전 건설이 중단돼 1조 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날릴 위기에 몰려있다. IBK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약 1조7천억 원의 매출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두산중공업이 국내 원전해체시장의 개화로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수력원자력 등 정부기관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박 회장이 힘을 쏟고 있는 연료전지사업이나 에너저장장치(ESS)사업도 정책적 수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다. 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발전에 포함되고 ESS는 신재생에너지발전의 동반자격이라서 두산의 신에너지사업이 문재인 정부정책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