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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
5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작업도 삐걱대고 있다.
알뜰주유소정책을 지키려는 정부와 수익성 나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싶지않은 정유사가 눈치싸움을 벌이는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17일 “알뜰주유소 2부시장 유류공급사 선정작업을 빠르면 이번주 안에 재개하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5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로 선정된 정유사는 2019년 8월 말까지 국내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는 운영비용을 낮춰 경유와 휘발유 등을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한 주유소사업이다.
알뜰주유소는 자체정유시설과 유통망을 보유한 정유사들이 직접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납품하는 1부시장과 한국석유공사가 석유제품을 구입한 뒤 주유소에 납품하는 2부시장으로 나뉘어 유류공급사가 선정된다.
5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입찰에서 1부시장은 정유4사가 모두 응찰해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자회사 SK에너지가 선정됐지만 2부시장은 유찰됐다.
한화토탈과 현대오일뱅크 등이 2부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석유공사가 원하는 것보다 원유공급가를 높게 써내 입찰이 무산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알뜰주유소사업은 2011년 처음으로 유류공급사 선정작업을 할때부터 계속 난항을 겪어왔다. 정유4사나 한화토탈 가운데 한곳만 응찰하거나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사가 각각 원하는 석유제품 공급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와 2차 선정작업 모두 유찰을 겪었을 뿐 아니라 3차와 4차 선정작업 당시에도 2부시장 유류공급사 선정작업이 한때 유찰됐다가 겨우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국가기간사업인 만큼 국내에도 석유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알뜰주유소 입찰에 나서는 것”이라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석유제품을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보다 해외에 수출하는 편이 실적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암묵적인 강압 때문에 알뜰주유소 입찰에 '울며 겨자먹기'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지난해 전체 석유제품의 60%를 수출했는데 사상 최대물량에 이른다. 석유제품 수출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지난해보다 3% 정도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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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 |
한화토탈 관계자는 “한화토탈은 정유사가 아니지만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나면 부산물로 휘발유가 생긴다”며 “이렇게 얻은 휘발유의 95% 이상을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어 국내 알뜰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물량은 5%에도 못 미칠 만큼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정유4사가 국내 주유소시장 점유율을 늘리려고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에 응찰한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업계는 이런 관측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시장은 이미 과잉공급 상태라서 정유사들이 굳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제살을 깎아먹을 필요가 없다”며 “알뜰주유소 입찰에 뛰어드는 것은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정유사와 달리 한국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들어서면 근방에 있는 주유소가 휘발유가격을 올리지 못해 석유제품판매가격을 잡을 수 있다”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가격 차이가 줄어들어 일시적으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을 뿐 알뜰주유소는 고유가시대를 대비해 서민물가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