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이 관세청의 면세점사업자 심사에서 두번이나 쓴잔을 들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이 과연 누구일까?
12일 업계에서 면세점사업자 선정비리의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롯데 길들이기’가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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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14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이들이 롯데그룹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던 시기는 검찰의 대대적인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약점을 안고 있는 기업에 접근해 재단에 출연할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K스포츠의 추가지원을 요구받았다.
롯데그룹은 두 달가량을 버티다가 5월 말 K스포츠에 70억 원을 출연했고 6월 이를 돌려받았다.
롯데면세점은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탈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롯데면세점의 탈락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점도 롯데 길들이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면세점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얼마 뒤 경제수석실을 통해 관세청,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롯데에 강한 경고를 보내라”는 추가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7월 면세점사업자 선정이 끝나고 11월 면세점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기다. 결과적으로 롯데면세점은 11월 국내 3번째 규모의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빼앗겼다.
이를 놓고 당시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던 시기인 데다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의 면세점 특허권을 3장이나 늘리고 롯데면세점이 사업자로 다시 선정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을 잃는다.
롯데면세점이 최종적으로 특허권을 받은 시기는 12월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전방위적 경영비리로 무더기로 기소된 지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천홍욱 관세청장이 최씨와 관련돼 있는 점도 배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
천 청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직후 최씨에게 이른바 ‘충성서약’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천 정장이 관세청장에 낙점된 데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11일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당시 왜 롯데에 이런 납득 불가능한 불이익을 줬는지, 윗선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했으나 담당자들이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고 밝혔다.
관세청 면세점 담당자들은 점수를 조작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수였다면서 그 구체적 사유를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 대신 선정된 사업자들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두산이라는 점 역시 의혹을 낳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에서 롯데그룹에 불이익을 주자고 뜻을 맞추었다면 롯데면세점 대신 면세점사업권을 얻은 기업들에게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들이 관세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들이 국내 1위 면세점사업자 지위를 수십년 동안 유지했던 롯데보다 관세청에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만약 로비를 벌였다면 그 대상은 관세청이 아닌 윗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유통사업 경험이 미미하고 면세사업 경험이 전무한 데도 불구하고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특허를 차지했다. 두산그룹은 두산과 두산중공업을 통해 모두 11억 원을 미르와 K스포츠에 냈다.
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생명을 통해 미르와 K스포츠에 모두 25억 원을 내놓았다. 한화그룹은 2015년 3월까지 승마협회 회장사를 지내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그룹 총수 7명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