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전략을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mm급 위탁생산시장에서 특히 기술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위탁생산에 투자를 확대해 시스템반도체의 매출비중을 끌어올리기보다 최소한의 투자로 효과를 극대화하며 메모리반도체사업과 시너지를 노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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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 |
SK하이닉스 반도체 위탁생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10일 충청북도 청주 본사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분사 뒤 독립경영체제를 갖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증하는 시스템반도체의 기술개발과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위탁생산사업은 200mm급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전력관리칩,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비교적 기술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더 크고 생산성이 높은 300mm급 웨이퍼를 사용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은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을 주로 진행하는 만큼 200mm를 활용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200mm급 설비를 외부업체에 매각하거나 300mm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위탁생산사업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설비는 남겨뒀다.
반도체가 적용되는 신산업분야 발달로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들며 SK하이닉스는 본격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위탁생산시장에서 특히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골라 기술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지면 기술난도가 높은 사업에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SK하이닉스가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200mm급 위탁생산 설비규모는 일본과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적극적인 증설로 올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가트너는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기기 등 신제품이 반도체 수요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지문인식모듈의 위탁생산 평균가격이 최근 30% 하락하는 등 경쟁심화의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파악했다.
SK하이닉스보다 자금여력이 크게 앞선 삼성전자도 최근 조직개편으로 위탁생산사업부를 분리해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예고한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위탁생산사업에 대부분 300mm 웨이퍼를 활용하고 있다. 모바일프로세서(AP) 외에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전력칩 등 SK하이닉스와 겹치는 사업부문에도 적극적 진출을 예고했다.
동부하이텍 등 위탁생산 전문업체도 기존의 200mm보다 원판이 커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300mm 웨이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도 위탁생산사업에서 실질적인 실적기여효과를 보려면 300mm 중심으로 대규모 전환투자에 들어가거나 신규공장 증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은 출범식에서 “200mm 위탁생산업계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전환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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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위탁생산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전력관리칩. |
SK하이닉스가 위탁생산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메모리반도체에 의존을 낮추고 시스템반도체사업 비중을 높이는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결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위탁생산사업에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실리적인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300mm급 전환투자에는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다”며 “SK하이닉스가 일단 기존 200mm급 공장을 활용해 사업가능성을 검토한 뒤 장기전략 수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것을 볼 때 장기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 집중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적 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사업역량을 키우며 향후 SK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분야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