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라이벌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대비되는 영업전략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대중화’전략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한국씨티은행은 고액자산가 중심의 ‘차별화’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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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30일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에 숍인숍 형태로 설치한 ‘뱅크숍’과 ‘뱅크데스크’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뱅크숍과 뱅크데스크는 일종의 미니영업점인데 직원 1~3명이 상주하며 태블릿PC를 활용해 대출은 물론 카드와 펀드업무 등 기존 은행과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이마트는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평소 정상업무 시간에 은행을 찾기 힘든 고객과 쇼핑고객이 공략대상이다.
SC제일은행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앞으로 뱅크숍과 뱅크데스크를 점차적으로 확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SC제일은행역’을 함께 쓰기로 한 것도 브랜드 노출을 통해 소매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이 고객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한국씨티은행은 이와 반대로 기존 점포를 줄이고 대규모 자산관리(WM)센터를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매금융의 비중은 점차 줄이고 고액자산가를 주대상으로 삼는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서울 반포와 청담동에 대규모 자산관리센터를 연데 이어 하반기에는 도곡동과 분당에도 대형 자산관리센터를 오픈하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전국의 영업점 133곳을 32곳으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두 은행의 상이한 영업전략은 최고경영자의 경력과도 무관치 않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은행원 시절 알아주는 ‘영업통’으로 불릴 만큼 소매금융에 집중돼 있었다. 입행 후 20년 넘게 11개 영업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부행장 시절에도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으로 일하며 소매금융 분야를 담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영업점 대중화는 박 행장의 이러한 이력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복 행장과 달리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정통 은행원 출신이 아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해 본격적인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미은행 재무담당 부행장과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 겸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역임했는데 평소 고액자산가 중심의 영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회 행장은 특히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이 등장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점포영업은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지만 두 은행은 올해 1분기 나란히 좋은 실적을 올렸다.
SC제일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1014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291억 원) 대비 248.4% 급증했다. 한국씨티은행은 1분기 순이익 684억 원을 올렸는데 전년 동기(365억 원) 대비 87.4%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