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약 3조 원을 출자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정부 주도의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도시바 반도체 기술보호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인수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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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도시바는 21일 반도체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정부펀드와 베인캐피털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도시바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의 컨소시엄을 선정하기로 했지만 일본정부가 매각가를 높인 새 제안을 내놓자 발표를 미루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 주도 컨소시엄에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KKR, 일본 금융기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인수보다는 반도체사업 경영권을 도시바에 유지하며 회생자금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SK하이닉스도 막판에 이 컨소시엄에 합류해 약 3조 원의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도시바 반도체 지분 15%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도시바 경영진과 논의할 정도로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공을 들였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처음부터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해외기업에 넘기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만큼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에도 협력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해 생산시설과 기술력을 공유하며 낸드플래시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뒀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이를 반대할 공산이 크다.
도시바와 반도체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유로 매각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매각중단소송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인수전이 무사히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4위, 도시바가 2위인 만큼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로 지난해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내며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올해 초부터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사업부 매각을 추진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