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성공해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질긴 인연의 고리를 끊어낼까?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박삼구 회장에게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말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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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20일 금호타이어 상표권과 관련해 주주협의회를 마친 뒤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추궁하고 반드시 현 경영진의 퇴진과 우선매수청구권 박탈을 추진할 것”이라며 “상표권 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추가적 지원의사도 없다”고 못박았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정은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더 이상 박 회장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는 힘들다고 보고 채권단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그동안 추진해온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노력을 허위로 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서 보여준 산업은행의 의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압박하고 조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은 경영권 박탈이라는 카드를 거냈지만 금호타이어 상표권과 관련해 “금호산업 이사회의 전향적인 협조를 재차 요청한다”며 재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물론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매각이 결정된 만큼 매각을 성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경영권 박탈 이후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금호타이어가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산업은행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처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과거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는 데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민유성 전 회장은 2010년 일부 채권단의 반대에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홍기택 전 회장은 2013년 금호산업의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각각 박 회장에게 줬다.
이 우선매수청권을 무기로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했고 금호타이어 매각에서도 산업은행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산업은행이 박 회장과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에도 결국 이런 원죄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데다 이동걸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 관계에서 전임 회장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