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 세계적인 경유차 퇴출흐름 속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경유차 규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현대차가 안방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의 경유차 규제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경유차 퇴출 움직임이 전 세계에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경유차가 강세를 보였던 유럽이 적극적으로 경유차 규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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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
런던은 10월부터 유로4 기준에 미달하는 경유차가 도심에 진입할 경우 대기환경부담금 10파운드(약 1만4천 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앞서 2월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 경유차 운행을 제한해 대기환경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서울시 등록 노후 경유차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인천시 등록차량까지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했고 9월부터 규제대상을 경기도 등록차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에서 경유차 퇴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 운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노르웨이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2025년까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문 대통령의 공약은 더욱 강력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 곧바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일시 중단하는 등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보였다. 석탄화력발전소에 이어 경유차가 미세먼지 대책의 과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가 2015년에 터지면서 경유차 기피현상이 번졌다. 소비자들이 경유차 규제를 체감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면서 경유차 판매감소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4월에 유럽의 경유차 판매비중이 현재 50%에서 2020년이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유차 판매비중은 같은 기간에 13.5%에서 4%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 현대차, 안방 영향력 확대 기회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반 경유차시대' 에 들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독일 등 유럽 완성차회사들은 경유차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강세를 보였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와 토요타 등은 경유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했는데 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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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특히 현대차는 최근 유럽에서 좋은 판매실적을 내고 있는데 경유차 규제가 현실화하면서 판매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경유차 규제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유차를 앞세워 안방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던 수입 완성차브랜드들의 공세가 한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경유차 판매비중은 33%였다. 반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의 경유차 판매비중은 60%를 웃돌았다.
특히 정부가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점도 현대차에 호재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차정책의 수혜가 두 회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쌍용차는 경유차 규제흐름이 반갑지 않다.
쌍용차는 지난해 경유차 판매비중이 61.1%로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쌍용차는 티볼리, G4렉스턴 등 최근에 출시한 신차종만 가솔린 엔진 모델로 출시하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 시리즈 등 다른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가솔린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와 르노삼성차의 경유차 판매비중은 각각 46.8%, 31.6%였다. 한국GM은 휘발유차 판매비중이 90%에 육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