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베트남에서 신규출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이 떠오르는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미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시장에서 실패를 겪었던 만큼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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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베트남 1호점이 예상보다 순항하고 있지만 이마트는 아직 2호점의 신규출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중국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100호점을 내며 무서운 속도를 출점했던 과거와 달리 출점속도가 눈에 띄게 느리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 2008년 1호점을 냈고 현재 모두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어려움을 겪고 이마트는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면서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들에게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베트남은 경제개방정책으로 새로운 소비문화가 퍼지고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거의 1억 명에 이르는 데다 국민의 과반수가 20~30대 젊은층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높은 성장속도를 볼 때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베트남을 그만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베트남이 글로벌 유통공룡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베트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의 유통기업이 지난해 베트남에서 빅씨마트를 인수하며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관세 장벽을 허문 사이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미국 월마트의 베트남 진출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정부가 외국기업에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실제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정부는 수요 활성화 대책에 따라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외국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혜택을 없앤 데 이어 2011년에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혜택도 없앴다. 지금은 중국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로 외국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유통업은 외국계 기업이 쉽게 안착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현지인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외국계 기업이 현지인의 기호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현지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현지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를 외국에 둔 외국계 유통기업은 현지기업의 빠른 변화와 물량 공세, 가격경쟁력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대형마트 시대를 연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는 일찌감치 퇴출되고 이마트가 자리를 대신했다. 중국에서도 중국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유통기업들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베트남에서 대형마트 성장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에서 편의점 판매가격은 대형마트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쓰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제품도 구매할 수 없어 집 근처의 재래점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베트남 1위의 부동산개발 및 관리기업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빈마트와 편의점인 빈마트플러스가 빠른 속도로 출점을 늘리고 있다. 미국계 편의점인 서클케이의 성장세도 매우 가파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