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단종을 결정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을 수정한 재생산(리퍼비시)제품 판매를 앞두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신제품인 갤럭시S8과 하반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노트8의 수요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어 출시시기와 가격전략을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이통사 등 대형 유통망에 공급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기보다 손실을 감수하며 형식적인 판매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출시전략 놓고 고민 커져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모델의 판매를 앞두고 출시시기와 가격전략을 여전히 조율중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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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최근 삼성그룹의 호암상 시상식에서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 출시는 잘 준비하고 있으며 때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출시계획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전 세계에서 리콜을 실시해 제품을 모두 회수한 뒤 판매를 완전히 중단했다.
이후 여러 전문기관의 분석을 통해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지자 안전성을 높인 새 배터리를 탑재한 리퍼비시 출시계획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이름은 갤럭시노트7R(리퍼비시) 또는 갤럭시노트7FE(팬덤 에디션)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출시시기와 가격책정을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주력상품인 갤럭시S8이 4월 말 출시됐고 차기작인 갤럭시노트8도 9월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갤럭시노트7과 판매시기가 겹칠 경우 수요를 잠식해 판매량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가격을 대폭 낮춰 내놓을 경우 신제품의 수요를 빼앗을 수 있어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수요확보에 실패해 재고처리가 어려워진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리콜해 회수한 갤럭시노트7은 약 300만 대로 추정된다. 단종으로 판매하지 못한 물량까지 합하면 재고가 모두 8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재출시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처음 출시됐을 때 예약판매량만 역대 최대치인 40만 대에 이를 정도로 흥행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 모델의 가격과 출시시기, 제품명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유통점들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미 자체적으로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 역풍 우려해 형식적 판매 그칠 수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새로 내놓은 뒤 이통사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한 본격적인 판매와 마케팅에 나서기보다 형식적인 출시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의 수요를 잠식할 우려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소비자들에 다시 일깨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는 주요 외국언론에서 “전자업계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명예롭지 못한 사례로 남아있다.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할 경우 이 사건이 언론에서 다시 재조명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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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
로이터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갤럭시노트7과 관련한 언급을 피해왔다”며 “발화사고 위험이 있던 스마트폰을 다시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 제품을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에만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미국에서는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공식입장도 내놓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와 같은 사건에 더 엄격한 잣대를 내밀 공산이 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황상 삼성전자가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 환경단체 등에 떠밀려 갤럭시노트7을 ‘울며 겨자먹기’로 재출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판매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노트7 단종 타격을 지난해 실적에 모두 반영했는데 그린피스 등 글로벌 환경단체가 회수한 제품을 재활용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어 이미지 개선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 제품의 판매목적은 오직 지난 리콜사태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갤럭시노트7을 일부 국가와 소규모 유통망에서만 판매할 경우 실제 성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할 의무는 없는 만큼 환경단체 등의 압박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판매에 주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노트7 사태로 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손실을 입었지만 이를 귀중한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의 물량과 가격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실제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발을 사 또다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