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정위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찾아낼까?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사업을 개발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를 담당하는 사업구조를 짰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지분관계가 없고 서 회장이 최대주주인 탓에 일감몰아주기규제 대상에 놓여있다.

서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셀트리온그룹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뒤 셀트리온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셀트리온,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직면

4일 공정위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집단에 포함된다.

공정위거래위는 올해 9월부터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의 기업집단들을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데 셀트리온은 자산가치가 이미 2015년 말 기준 5조855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국내 연간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과징금, 형사고발, 시정조치 등의 제제를 받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판매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위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6706억 원, 영업이익 2597억 원을 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매출 7577억 원, 영업이익 1786억 원을 거뒀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8%, 24%에 이른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서정진 회장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3.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19.68%를 소유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44.12%를 들고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면 과징금 등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하다.

◆ 합병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할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서 회장은 지분매각을 놓고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안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이다.합병법인이 바이오시밀러의 연구, 생산, 판매를 총괄하도록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추진을 놓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한 다음 지주사체제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이미 2015년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합병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셀트리온은 신생 벤처기업으로서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각 계열사를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통합작업은 절차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면 서 회장의 셀트리온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지분은 20%수준이지만 서 회장이 소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은 40%대 중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합병할 경우 서 회장의 지분은 더욱 많아진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적정가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셀트리온의 40%”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