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웨스턴디지털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의 전체를 인수하거나 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컨소시엄과 공동인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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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 |
23일 외신을 종합하면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더욱 실리고 있다. 미국정부가 직접 웨스턴디지털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도시바와 일본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정부는 모두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정부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이어졌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로스 장관은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합작법인 운영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반도체기술은 안보와 산업적 관점에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유로 사전 동의없이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경우 위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단체에 중재를 신청하는 등 법적분쟁도 예고했다.
미국정부도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며 도시바와 일본정부에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스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논의하다 이런 발언을 했다.
일본정부가 대만 홍하이그룹 등에 도시바 반도체 매각을 승인할 가능성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정부 산하의 정책투자은행 사장은 로스 장관의 인터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시바의 반도체는 일본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기 때문에 꼭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면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을 대규모로 인수한 뒤 일본정부가 민관펀드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코웬은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의 상황과 반도체사업 인수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고려할 때 최대 190억 달러(21조 원)에 이르는 인수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주요 인수경쟁자로는 반도체 지분 절반에 10조 원 정도를 제안한 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컨소시엄, 18조 원 정도를 제시한 브로드컴과 30조 원 이상을 제시한 대만 홍하이그룹 등이 꼽힌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웨스턴디지털이 다른 경쟁자의 인수에는 충분히 반대할 이유가 있지만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지분인수 계획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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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확보하려는 지분이 절반에 불과한데다 베인캐피털이 도시바의 반도체 지적재산권과 경영권 확보를 노리지 않고 2년 뒤에 반도체사업을 별도로 상장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더레지스터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지분 절반을 인수한 뒤 나머지를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민관펀드가 나누어 인수하는 거대연합이 구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국정부가 반대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5조 원 미만을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에서 큰 영향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레지스터는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반도체사업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낸드플래시 경쟁자가 되지는 않을 업체의 인수를 노리고 있다”며 “업체들 사이 논의결과에 따라 본입찰이 한 번 더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