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이 다시 설치될 것으로 보여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정경유착으로 재계 1위 기업총수가 구속되는 등 재벌개혁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조사국 부활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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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 조직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와 조사국 부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조사국 부활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상위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는데 사실상 공정위 조사국을 다시 설치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 공정위 조사국은 상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 조사해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다. 공정위의 첫 조사대상도 현대·삼성·대우·LG·SK 등 5대 그룹이었다.
정부가 조사국 부활을 타진하고 있는 현재 시점은 공정위 조사국이 전성기였던 시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재벌대기업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조사국은 1996년 출범했는데 김대중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고 조사국 활동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공정위 조사국은 조사인력이 5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2005년 조직개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8년간 밝혀낸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금액은 31조6986억 원, 과징금만 37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조사국 활동이 늘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조사국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저가로 매각한 데 과징금을 매겼으나 대법원까지 간 법정다툼에서 법원은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조사국 조사에서 비롯된 첫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면서 공정위의 활동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조사국이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2005년 조사국은 독점국·경쟁국과 함께 시장감시본부로 통합됐다. 공교롭게도 공정위가 삼성SDS 등의 불공정행위 조사에 착수한 해이기도 하다.
조사국이 사라지면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현상은 심화했다.
조사국이 정조준한 삼성SDS의 경우 2004년 내부거래 비중이 66%였는데 2014년 83%로 늘어났다. 일부 회사의 경우 이렇게 몸집을 불린 뒤 오너 후계자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조사국 부활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신임 공정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다. 새로 공정위 수장이 세워지면 조사국 부활 논의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진보성향의 재벌개혁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규제를 잘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공정한 경제질서를 만드는 노력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 법률 하에서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탁은 공정위 조사국 부활에 더욱 힘을 싣는다. 조사국 부활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법 개정은 필요없지만 대기업 불공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경제질서를 세워나가는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