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 논란이 불거진 지 26년 만에 대중 앞에서 베일을 벗는다. 단 화가명과 작품명은 빠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일 과천관에서 개최하는 ‘소장품전:균열’ 전시를 통해 소장품 ‘미인도’를 일반에 공개한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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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지난해 12월1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뉴시스> |
미인도는 천 화백의 대표작으로 유명했지만 1991년 위작이란 주장이 처음 제기된 뒤 지금까지도 진위 논란이 뜨거운 작품이다.
천 화백 사망 뒤 유족들이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법적소송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인도 위작을 놓고 검찰은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리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자 유족 측은 올해 1월 항고심을 제기했다. 3월 초 유족 측 변호인단은 1991년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 위작을 만드는 조직을 검찰이 검거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미인도가 위작이란 주장을 이어갔다.
유족 측은 미인도를 전시할 경우 사자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번 전시에 천경자 화백의 이름을 내걸지 않기로 했다. 진품임을 주장하기보다 ‘균열’이란 기획전시의 취지를 살려 미술계에서 일고 있는 위작 논란 자체에 의미를 담겠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진위 여부를 절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인도에 대한 관심은 위작 논란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유족 측이 저작권법상의 저작인격권, 공표권, 성명표시권 등 문제를 제기할 것을 고려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천 화백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 박성재 변호사는 “저작권법 45조에 따르면 미술관은 미인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양수해서 보유하고 있고 저작재산권은 미술관에 있다”며 “저작인격권은 지적재산권과 달리 상속되지 않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미인도는 4월19일부터 내년 4월29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작품명이나 작가이름은 명기되지 않는다. 1980년 5월3일 미인도 인수기록부터 최근 기사까지 미인도 위작 논란을 둘러싼 각종 기록물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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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 화백. |
천 화백은 꽃과 여인을 주된 소재로 채색화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인도는 특유의 이국적이고 몽환적이며 도발적인 여인의 얼굴을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구성으로 신비롭게 표현한 화가의 대표작으로 간주됐다.
천 화백은 미인도 위작 논란 외에도 화제의 중심에 선 일이 많았다.
천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으나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화랑협회가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리자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1998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지 12년 만인 2015년 8월 뉴욕에서 사망했다. 사망사실이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알려져 당시에도 여러 의혹이 나돌았다.
첫 남편과 사이에서 1남1녀를 낳고 두번째 남편을 만나 정희씨와 종우씨를 낳았다고 자서전에 썼는데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인 김정희씨는 천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법적소송을 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