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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편의점사업이 뜻밖에도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른바 ‘3무 전략’을 내세워 편의점 업계의 재편을 노렸지만 기존 편의점주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 올해 1천개 매장 목표에 크게 미달
신세계의 편의점 위드미의 매장은 23일 현재 전국에서 176개다.
신세계가 지난 1월 위드미를 운영하는 ‘위드미에프에스’를 인수했을 당시 가맹점 수는 89개였다.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6월 첫 매장을 열었고 그달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위드미는 초기에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편의점들을 긴장시켰지만 곧 출점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8월 중순 147개에서 한 달 동안 29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CU 매장은 50개 이상 늘었고 GS25는 34개 늘었다. CU와 GS25가 이미 전국에 8천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점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봤을 때 위드미의 출점속도는 예상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신세계는 위드미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매장 수를 1천 개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의 속도로 봐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목표로 했던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의 이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위드미는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의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국내 편의점 수가 2만5천여 개로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새로 출점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략도 통하지 않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점주들 가운데 위드미로 갈아탄 곳은 지금까지 단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 ‘3무 전략’, 기존 가맹점주에게 매력 떨어져
신세계는 위드미 편의점사업을 시작하며 '3무 정책'을 내세워 기존 편의점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경영주가 내야 하는 로열티를 없앴고 영업시간도 자율선택에 맡겨 365일 24시간 영업에서 자유롭게 했다. 또 중도해지 때도 위약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이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때마다 수백 명이 넘게 몰렸고 상담건수도 크게 늘었지만 관심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계는 위드미와 기존 편의점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위드미를 굳이 선택할 요인이 적다고 분석한다. 위드미가 내건 ‘3무 정책’은 다른 편의점업체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도위약금은 기존 편의점업체들도 매출이 높지 않은 매장에서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다른 편의점들은 매출이 줄면 본사에 내는 로열티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로 돼 있다. 반면 신세계가 로열티 대신 받는 월 회비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매출이 부진하면 가맹점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위드미가 표방하고 있는 독립형 편의점 개념도 편의점주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존 편의점은 매출액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눠 갖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할인행사 등 매출을 올리기 위한 여러 지원을 한다. 그러나 위드미는 독립형이다 보니 본사 차원의 가맹점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위드미가 2500개의 매장을 열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드미의 경우 로열티를 받지 않아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